미국 금리 ‘빅컷’ 했는데 달러값 예상보다 탄탄…환율 1300원 벽 안 깨져

정진호 2024. 9. 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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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지만, 달러값은 여전히 굳건하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줄어들면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달러 강세는 꺾이지 않았다. 기준금리가 하락했음에도 미국 국채 금리 역시 ‘무풍지대’에 머물고 있다.

23일 오후 3시30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은 1335.9원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6.8원 하락하면서(환율은 상승) 달러 강세, 원화 약세 국면이 다시 이어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은 1320원대까지 올랐지만, 이번 주 들어 곧장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20일 일본 중앙은행인 BOJ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론을 보인 게 영향을 미쳤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물가의 상방 리스크(물가상승 압력)가 줄었다”며 “정책 결정의 시간을 벌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BOJ의 금리 인상으로 치솟았던 엔화 가격이 꺾였다.

여기에 위안화마저 급격한 약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통화의 약세 기조를 강화했다. 엔·위안화 약세가 원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는 것도 원화 약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겨울’ 보고서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은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지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 강달러 유지의 배경이다. 최근 발표한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 금리인상 미루고, 미국 연착륙 기대 커져…“달러 강세 지속”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 상승했다. 특히 유럽·중국 등에 비해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달러당 원화 가격 1300원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부터 이어진 강달러가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미국 국채 금리도 빅컷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모양새다. 통상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그러나 미 장기 국채 금리는 오름세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기 전날인 17일 미 국채 10년물은 3.659%로 마감했는데 20일엔 3.744%로 상승했다. 이날 오전 4시(현지시간) 기준으론 전 거래일보다 0.003%포인트 오른 3.747%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는 미국 경기에 민감하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줄고,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장 0.5%포인트를 내린 것보다 ‘통화정책 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등의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향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비트코인엔 자금이 쏠리는 등 빅컷 영향이 일부 투자 시장에선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미국에서 현물 금은 온스당 2630달러를 넘으면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금 가격도 오름세다. 23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순금 한 돈(3.75g) 매입 가격은 48만2000원을 기록했다.

금리가 떨어져 조달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날 한때 비트코인 가격도 1달여 만에 개당 6만400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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