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인사 레이스 돌입…“금융사고가 연임 변수 될 듯”
연말 일제히 임기 만료
올 연말 주요 시중은행장 임기가 잇달아 만료되면서 후임을 정하기 위한 절차가 본격화했다. 금융권에선 올해는 ‘실적’보다 ‘내부통제’가 연임을 결정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행장은 오는 12월 31일에 일제히 임기가 끝난다. 은행들은 먼저 차기 행장 후보를 물색하는 작업(롱 리스트)에 나서고 2차로 후보를 압축한 뒤(숏 리스트) 12월 중 최종 후보를 확정하는 수순을 밟는다.
올해 은행장 인사 절차는 과거보다 한 달 이상 당겨졌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후보군을 단계별로 면밀하게 평가·검증하라는 의미다. 금감원에 따르면 그동안 금융지주의 승계 절차 개시 후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 데 평균 45일 소요됐다.
최대 관심사는 5대 은행장이 연임될 지다. 일반적으로 은행장은 2년 임기 후 성과가 좋으면 1년 단위로 연장하는 ‘2+1’ 임기다. 5대 은행장 가운데 이미 1년 연임에 성공한 CEO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유일하다. 2022년 1월에 취임한 이 은행장은 첫 2년 임기에 이어 1년을 추가해 3년 차다. 나머지 은행장은 모두 올해가 2년 차로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재근 은행장 역시 허인 전 국민은행장이 3연임(2+1+1)에 성공했기 때문에 재연임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있다. KB금융지주는 이번 주 중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 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5대 은행장의 영업 성적표는 뛰어나다.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조2505억원으로 1년 전(8조969억원)보다 1.9%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1분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고도 대출 관련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실적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리딩뱅크’를 탈환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이유다. 신한금융은 이달 10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해 은행을 포함한 12개 계열사의 대표 승계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은행장 연임을 결정짓는 변수는 ‘내부통제’다. 올해 횡령,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연임은 불확실성이 크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1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고에 이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의 350억원대 부당대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와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다. 농협은행에선 지난 3월 109억원 규모 부당 대출 등 올해 연이은 금융사고가 있었다. 국민은행은 홍콩ELS 최대 판매사로 손실이 컸다는 점이 경영 승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점도 은행권의 경영승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은 CEO 경영승계 절차를 포함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감독이나 검사 업무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불투명한 선임절차 등) 이슈가 있으면 CEO 승계절차를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강신숙 행장이 연임에 도전한 SH수협은행은 이달 23일 면접을 거쳐 24일 최종 후보자를 확정한다. 최종 면접 대상자는 강 행장을 포함해 총 6명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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