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 ‘최일선’ 활약…U-20 세번째 우승
북한 여자축구가 ‘아시아의 강호’ 일본을 꺾고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북한 U-20 여자축구 대표팀은 23일 콜롬비아 보고타의 에스타디오 네메시오 카마초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전반 15분 결승골을 터뜨린 최일선의 활약에 힘입어 일본에 1-0으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북한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지난 2006년과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이로써 북한은 독일·미국과 함께 역대 최다 우승국(3회)이 됐다.
북한의 17세 간판 골잡이 최일선이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15분 일본 페널티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사사키 리오를 제쳐낸 그는 정면으로 드리블한 뒤 기습적인 왼발 슈팅을 시도해 골 네트를 흔들었다. 앞서 미국과의 4강전(1-0승)에 이어 2경기 연속 결승골을 넣은 최일선은 이번 대회서 6골을 몰아치며 골든볼(대회 MVP)과 골든부트(득점왕)를 석권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 조별 리그부터 결승전까지 7경기를 전승으로 장식했다. 북한은 또 25골을 터뜨리며 4골만 내주는 압도적 경기력을 뽐냈다.
북한 남자축구 FIFA 랭킹은 111위에 불과하다. 여자축구 랭킹은 9위다. 북한 여자축구가 이번 대회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강자의 반열에 오른 건 적극적인 투자의 결과다. 북한이 여자축구에 관심을 기울인 건 FIFA가 여자월드컵 창설(1991년 첫 대회)을 구상 중이던 1980년대 중반부터다.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지시 아래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에게 가족과 함께 평양에서 살 수 있는 특전을 부여하면서 여자축구는 일약 선망의 종목이 됐다. 현 최고지도자인 김정은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아파트와 자동차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축구 유망주 집중 육성을 위해 지난 2013년 평양국제축구학교를 개교한 이후 성인대표팀 뿐만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도 동반 상승했다. 이곳에는 9~15세의 축구 영재들이 입학해 교육을 받는다. 전체 학생 규모가 200여 명인데 그 중 40% 정도가 여자다.
과거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오스트리아 출신 브리기트 바이히 감독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전국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운동 능력이 탁월한 여자 선수를 찾는다”면서 “각 도의 유망주를 대상으로 집중 훈련을 실시한 뒤 그 중에서 엄선한 극소수의 인원을 평양국제축구학교로 보낸다”고 말했다.
무한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선수들은 4.25, 압록강, 기관차 등 전문 체육단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 시절이던 지난 2017년 평양에서 건너가 남북대결을 펼쳤던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은 “북한의 축구 구단은 남자 팀과 여자 팀을 나란히 운영한다.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여자축구의 인기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면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귀국 후 ‘체육영웅’ 칭호를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BBC는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지만 여자축구에는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엘리트 선수의 경우 1년 중 절반 정도를 해발 1500m의 고지대인 중국 쿤밍에 보내 심폐 지구력을 키운다”면서 “평양 국제축구학교는 유럽 축구클럽 수준의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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