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북한, 미국 대선 전후 7차 핵실험 가능성 충분”

이근평, 이유정, 박태인 2024. 9.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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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23일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미국의 11월 대선 전후도 (핵실험이 가능한) 시점에 포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연합뉴스TV와 YTN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신 실장은 “북한은 핵 소형화 등을 위해 기술적으로 몇 차례 더 핵실험이 필요한 상황이며, 북한 7차 핵실험은 김정은이 결심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상태를 늘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 가능 여부에 대해선 한·미가 가장 중점을 두고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실장은 북한이 최근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에 대해 “한·미가 오랫동안 추적해 오던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이라며 “미 대선 국면 기간에 북한의 핵 위협을 부각함으로써 대내외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농축 우라늄 시설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영변 폐연료봉 추출, 나아가 핵실험 등 다른 행위를 통해 관심을 제고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정보당국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가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놨다. 3번 갱도는 2022년에 소형 또는 대형 핵실험이 가능할 정도로 복구돼 언제든 사용이 가능한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신 실장은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통일하지 말자. 남북 두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일부 정치권에서 느닷없이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며 반헌법적 주장을 하는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고 위험하며 해선 안 될 주장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북, 대내외 관심 끌기 위해 핵 위협”
군 당국은 북한이 보내는 쓰레기 풍선에 의한 화재로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자 상황에 따라 단호한 군사적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 재산과 인명 피해를 놓고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북한 쓰레기 풍선 살포 관련 우리 군 입장’이라는 제목의 메시지에서 “북한의 계속적인 쓰레기 풍선으로 인해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적 조치에 ‘레드 라인’을 언급한 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 수위를 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풍선 부양 원점 타격 등 군사적 조치를 시행하는 기준에 관한 질문에 “명확한 선은 지금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 5월 30일에도 북한이 화생방이나 위험 물질을 풍선에 담는 정황을 포착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1활주로와 제2활주로 사이 상공에서 풍선이 두 차례 확인돼 오전 6시6분부터 6시26분까지 20분 동안, 오전 7시부터 7시17분까지 17분 동안 출발과 도착편 운항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전날(22일)에는 오후 10시48분부터 11시42분까지 54분 동안 제3활주로와 제4활주로 사이에 낙하한 풍선을 수거하느라 항공기가 이착륙하지 못했다.

지난 22일 오전에는 5개 안팎의 풍선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상공을 통과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15일 서울 강서구, 8일 경기도 파주, 5일 김포공항 인근 등에선 쓰레기 풍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합참이 밝힌 집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이날까지 22차례에 걸쳐 모두 5500여 개의 풍선을 부양했다. 합참은 북한의 쓰레기 풍선 1개당 제작비를 약 10만원으로 보고 북한 당국이 풍선 제작에 약 5억5000만원을 썼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 시세로 쌀 970t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인천공항에 풍선, 한때 이착륙 금지
합참은 북한을 “국제적으로 망신스럽고 치졸한 행위로 우리 국민에게 불편과 불안감을 조성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저급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군 당국은 남으로 온 북한 풍선이 낙하한 뒤 수거한다는 기존 대응 방식은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섣부른 대응은 자칫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합참은 “쓰레기 풍선 살포 행위가 장기화되면서 일부에서는 공중 격추 등 군의 물리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나, 공중 격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해 물질이 확산될 경우 국민 안전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군은 풍선 부양 원점에서부터 실시간 추적·감시하면서 낙하 즉시 안전대책을 강구한 가운데 수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안팎에선 풍선의 발열 타이머 오작동으로 인한 대형 화재 피해 또는 인명 피해를 북한의 의도성과 관계없이 레드 라인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 같은 의견도 포함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쓰레기 풍선을 통해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회색지대 도발을 일삼는 것일 수도 있어 선제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실장은 “최근 하이브리드전이나 회색지대 도발의 경우 어떤 주체를 확인하거나 그 피해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다”며 “그런 경우 적용되는 조건으로도 (레드 라인을)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근평·이유정·박태인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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