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지갑 속의 금투세 [김선걸 칼럼]

김선걸 매경이코노미 기자(sungirl@mk.co.kr) 2024. 9.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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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

이름부터 복잡하다. 시행할지 말지 갑론을박 말도 많다.

한 가지 묻고 싶다. 만약 시행된다면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누군가는 무관할 테고 누군가는 식겁할 것이다. 영향받는 사람 대다수는 주식 투자자다.

증권 시장 담당 데스크를 맡았던 2021년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관련 칼럼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해 12월 7일자(‘소액주주 1000만명…’)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보통주 소액주주가 518만명이었다. 우연히 한국 국민 총 5182만명의 정확하게 10%였다. 10명 중 한 명이라면 4인 가족 기준 두세 가구 중 한 가구는 주주가 있는 셈이다. 그 4년 전인 2017년 삼성전자 주주는 7만명밖에 안 됐다. 액면분할로 인한 주주 수의 폭발적인 증가였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몇 사람만 관심 있는 기업’에서 ‘전 국민이 주인인 기업’으로 바뀐 때다.

주주가 많아지면 기업이 달라진다.

한국에서 주주들이 속상해하는 이유를 보자. 정치인, 공무원 그리고 가끔 탐욕스러운 대주주로부터 뒤통수를 맞기 때문이다. 동의한 적 없는데 기업이익에서 세금을 더 떼고, 공감한 적 없는데 기업 자금을 북한 같은 엉뚱한 데 퍼준다. ‘물적분할’로 알맹이는 대주주가 빼가고 주주들에게는 박탈감을 안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다. 주인도 아닌, 혹은 그만한 권리가 없는 이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주인에게 손해를 끼친다. 해결 방법은 주인이 눈 부릅뜨고 지키는 것이다. 혹은 주인이 많아져서 선거에 영향을 주거나.

그러면 달라진다. 중대한 이슈에 다수가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이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주인의식’이 세상을 바꾼 사례는 많다.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는 150만가구의 임대주택 소유권을 임차인에게 넘겨 국민을 ‘집주인’으로 만들었다. 영국통신 등 공기업 주식도 국민들이 살 수 있게 했다. ‘집주인’과 ‘회사 주인’이 된 국민들은 도덕적 해이의 공무원과 철밥통 노조를 비토했다. 결국 ‘대처리즘(Thatcherism)’이라는 말을 탄생시키며 대영제국을 부활시켰다. 무관심했던 국민들을 ‘주인’으로 바꾼 효과였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최대 패착은 농민들을 오해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남로당은 “침공만 하면 남쪽 농민들이 죽창을 들고 협력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정작 현실은 반대였다. 농민들이 낫과 쟁기를 들고 공산당에 맞섰다. 이승만의 토지개혁으로 난생처음 자기 땅을 소유하며 ‘주인’이 됐기 때문이다.

금투세 얘기로 돌아간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였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눈치를 보더니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론이 나온다.

딱 한 가지 이유다. ‘국민들의 노려보는 눈빛’. 그걸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 투자자는 총 14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주인’이다. 금투세가 남의 일이 아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를 유예하자는 주장에 대해 “부자들의 곳간만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나가는 행인이면 이런 구호에 공감할지 모른다. 아무 관련이 없기에. 그런데 주주에게 ‘부자 세금’ 운운하며 ‘그런데, 당신 주식값도 떨어질지 모릅니다’라고 말하면 용납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국 증시는 20년째 지지부진하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또 하나의 돌덩이를 발목에 달게 된다.

권리를 자각한 ‘주인’이 늘고 있다. 쉽게 강행하진 못할 것이다.

[주간국장 kim.seonkeo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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