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새 랜드마크 꿈?…건설사는 안다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2번 출구로 나와 한강 방향으로 10분쯤 걸었을까. 한눈에 봐도 멋진 아파트 단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4개동, 688가구, 최고 47층 규모 트리마제다. 성수동 랜드마크 중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아파트다. 트리마제로 들어가기 전 입구 쪽 삼거리(뚝도아리수정수센터 교차로)에서 성덕정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좌우로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오른쪽에는 트리마제, 왼쪽에는 강변건영아파트다. 두 단지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2~3층 규모 허름한 단독주택이나 빌라, 오래된 건물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기서부터 바로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이하 성수1지구)다.
4개 지구로 구성된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총 부지면적 53만㎡로 이곳에 82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트리마제와 가까운 1지구부터 남동쪽 방향으로 2~4지구가 나란히 모여 있다.
4개 지구 모두 한강변을 끼고 있으며 행정구역상 1지구는 성수동1가, 2~4지구는 성수동2가로 분류된다. 성수전략정비구역 개발이 완료되면 1지구에는 2909가구, 2지구는 1907가구, 3지구는 1852가구, 4지구는 1579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각 지구별 장단점은 뚜렷하다.
1지구는 서울숲과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에서 가깝다. 이미 트리마제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주위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2지구는 강변북로 상부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면 수혜가 예상되는 곳이다. 3지구는 성수동 카페거리나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4지구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가구가 많고 영동대교만 지나면 청담동이라 강남 접근성이 좋다.
4개 구역 중 성수4지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를 대상으로 홍보 활동 지침과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성수1~4지구 중 시공사 선정 일정을 발표한 것은 4지구가 처음이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던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내면서 건설사 역시 바빠지는 모습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잇따라 성수1~4지구 조합을 방문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강변 초고층 고급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할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올해 연말 도시정비사업 수주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시공사 선정 나선 성수4지구
국내 상위 건설사 모두 관심
성수4지구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해 공문을 발송한 건설업체는 총 12곳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한화 건설부문, 두산중공업 등이다. 이 중 두산중공업은 인근 랜드마크 단지인 트리마제 시공사다. 트리마제 입주민은 물론 성수4지구 조합원 평가가 좋아 공문을 발송한 건설업체에 포함됐다.
현재 성수4지구는 인근 1·2지구와 함께 성동구청 정비계획 확정고시를 앞두고 있다. 성수4지구는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확정고시 직후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에 돌입할 방침이다. 계획대로 일정이 진행될 경우 올해 연말 확정고시 이후 내년 2월쯤 시공사 선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4지구 자체의 입지와 사업성은 훌륭하다. 4지구에서 영동대교만 건너면 바로 강남구 청담동에 이를 만큼 4개 지구 중에서도 입지가 좋다. 1~3지구와 비교해 대중교통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영동대교북단IC를 이용해 강변북로에 진입하기 용이하다.
4지구 조합원 수는 다른 지구보다 적은 753명이다. 조합원 수가 적다는 점은 그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 사업성이 좋다는 의미다. 4지구 부지면적은 다른 지구 대비 큰 편은 아니지만 지하를 대규모로 개발하기 때문에 공사면적 자체는 가장 넓다. 여러모로 시공사 입장에서 사업하기 유리한 곳이라는 얘기다. 77층 초고층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또 성수 4개 지구 가운데 ‘한강 조망’ 측면에서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계사인 디에이건축 컨소시엄이 제출한 설계안을 살펴보면 성수4지구의 경우 한강과 잠실을 바라보는 가구가 55%, 한강과 서울숲을 바라보는 가구가 45%에 이를 전망이다. 즉,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면 대부분 가구가 남향으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상징성이다. 4지구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중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4지구 수주 여부는 나머지 1~3지구 시공사 선정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은 단순히 고층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서울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강변 새로운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사업지”라고 말했다.
성수1~4지구 사업 본격화되니
성동구 집값도 덩달아 고공행진
성수1·2·4지구는 차례로 정비계획 확정고시를 위한 주민공람을 마쳤다. 유일하게 주민공람을 실시하지 않았던 3지구 역시 9월 5일부터 한 달 동안 지구단위계획 결정에 대한 주민공람을 실시하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내면서 인근 성수동 일대 아파트 가격 또한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1주 차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성동구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43%, 전세 가격은 0.38% 상승했다. 서울 전체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성수전략정비구역에 속하는 아파트 단지 상승폭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성수1지구에 포함되는 성수동양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8월 27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올해 5월 같은 면적 매물이 26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지만 불과 3개월 만에 1억6000만원 상승했다. 지난해 9월 25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3억원 가까이 올랐다.
성수4지구에 포함되는 강변임광 전용 84㎡ 역시 지난 7월 23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거래된 가격(22억원)과 비교하면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성수1~4지구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 인근 아파트 단지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숲한진타운(378가구)’과 ‘성수동아(340가구)’ ‘장미(173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숲한진타운과 성수동아는 각각 리모델링 조합설립과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장미아파트는 이주 작업을 마치고 연내 착공 후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강변건영의 경우 최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성동구가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성수전략정비구역 사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해당 지역 집값이 오를수록 정비사업에 동의하는 주민이 많아지면서 성수동 일대 다른 지역 정비사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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