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던 OLED마저…위기의 K디스플레이 [스페셜리포트]
오랜 기간 한국 경제 성장세를 이끌어온 디스플레이 산업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미 액정표시장치(LED)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긴 가운데, 그나마 한국 기업이 선점해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마저 중국 공세 속에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는 양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인공지능(AI), 전장 등 차세대 OLED 기술을 앞세우며 반격에 나서지만, 쉽사리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ED 이어 OLED 1위 자리 위협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글로벌 OLED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49%로 사상 처음으로 중국(49.7%)에 역전당했다.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 셈이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한국 점유율(62.3%)은 중국(36.6%)의 두 배에 달했지만 1년 만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2004년 한국은 일본을 제친 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이 42.6%로 중국(25%)에 크게 앞섰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 탓에 LCD 시장 주도권을 중국 기업에 아예 뺏겼다. 2000년에는 한국 시장점유율이 36.8%로 중국(36.7%)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해에는 중국 47.9%, 한국 33.4%로 중국에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준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LCD를 생산하는 중국 광저우 공장을 중국 가전 기업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에 매각하기로 했다. CSOT는 중국의 또 다른 디스플레이 기업 BOE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으나 가격 등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매각 가격은 1조원대 후반으로 전해진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중국 공세 여파로 ‘계륵’으로 전락한 LCD 사업을 완전히 정리한 셈. CSOT는 2021년 당시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쑤저우 8.5세대 LCD 공장을 인수한 업체기도 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일찌감치 LCD 사업을 접은 상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럼에도 희망이 없지는 않았다. ‘고부가가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 시장에서는 중국이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을 자랑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새 OLED 시장마저 중국에 따라잡히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우려다. 설비투자, 고객 확보, 연구개발(R&D) 등 각 분야에서 중국에 밀리는 신호가 감지된다. 중국 정부까지 뛰어든 설비투자 규모는 국내 업체가 따라가기 벅찬 수준이다. 중국 가전·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국산 OLED를 적극 채택하는 탓에 한국산 OLED 비중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 앞서던 기술력도 위태롭다. 빈번한 기술 유출 시도에 이미 양국 기술 격차는 상당히 좁혀졌다.
K디스플레이 왜 위기일까
위기 요인 1. 정부 지원 힘입은 중국 막대한 투자
LCD를 일찌감치 접수한 중국 정부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목표’를 OLED로 돌리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다.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 대다수는 당분간 중국이 경쟁력을 갖춘 LCD에 더 집중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OLED 수요가 급등하자 중국은 방향을 바꿨다. OLED로의 전환을 서두르며 사업 구조를 재편 중이다.
선두 주자는 중국 디스플레이 1위 업체 BOE다. BOE는 올해 3월 중국 청두시에 87억달러(약 11조5884억원) 규모 8.6세대 IT용 OLED 생산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8.6세대 유리 원장 기준 약 월 3만2000장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2026년 완공이 목표다.
BOE에 이어 또 다른 디스플레이업체 비전옥스가 8.6세대 설비투자에 나선다. 중국 허페이시에 550억위안(약 10조3152억원)을 들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생산 규모는 BOE와 같이 월 3만2000장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대(Generation)’ 구분은 패널 생산에 쓰이는 유리기판 원장(마더글라스·MotherGlass) 크기를 기반으로 한다. 세대가 높을수록 유리 원장 크기가 크다. 유리 원장이 커지면 하나의 원장에서 만들 수 있는 패널 수가 늘어난다.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 다량의 패널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가장 최신 세대가 8.6세대다. 투자가 확정된 중국 업체의 8.6세대 생산 규모는 월 6만4000장 수준이다. 두 회사 외에 티얀마, CSOT 등 다른 중국 업체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한국은 중국에 비해 투자가 뒤처진다. 삼성디스플레이만 8.6세대 규모의 IT용 OLED 생산시설 투자를 확정 짓고 진행 중일 뿐, 재무 여력이 없는 LG디스플레이는 8.6세대 설비투자 계획이 불투명한 상태다. 2026년이 되면, 중국의 8.6세대 시설 설비 규모가 한국을 4배가량 앞서게 된다.
중국 기업이 대형 투자를 거리낌 없이 진행하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자리한다. 공산당 체제 국가인 중국은 정부가 기업을 대놓고 지원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이 국가 기간 산업으로 지정, 적극 육성하고 있다. 시장 질서 제약으로 정부의 직접 지원이 힘든 한국, 일본 기업과 차이가 크다. BOE의 경우 최대주주가 베이징시가 소유한 기금이다. BOE는 지난해 거둔 순이익 25억위안(약 4688억원)보다 더 많은 38억위안(약 7126억원)을 지원금으로 받았다. BOE그룹에 중국 정부가 지원한 금액은 누적 기준 231억위안에 달한다. 비전옥스는 허페이시 정부 지원을 받았다. 양측은 허페이궈시안테크놀러지라는 프로젝트 회사를 세우고, 투자를 단행했다. 합작사 지분은 허페이시 정부 등 국가 소유 투자회사들이 80%, 비전옥스가 20% 지분을 갖는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대규모 설비투자에 힘입어 중국이 2023년부터 2028년까지 OLED 생산능력 부문에서 연평균 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2%)보다 4배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위기 요인 2. 애국 소비에 위협받는 점유율
중국 내 불어닥친 ‘애국 소비’ 열풍도 한국 OLED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OLED는 TV와 대형 IT 기기에 들어가는 중대형,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중소형으로 나뉜다. 중대형 부문은 아직 한국 업체 경쟁력이 건재하지만, 중소형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에 점점 따라잡히는 형국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형 OLED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96.1%로 압도적이었지만 중소형 OLED 시장에서는 한국 71.6%, 중국 27.6%로 나타났다.
원인은 중국 기업의 ‘애국 소비’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중국제조 2025’라는 계획을 내세워 자국산 부품 비중을 늘릴 것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처음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한참 떨어진 탓이다. LCD에 집중하던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 기술력이 한국보다 상당히 떨어졌다. 대체재가 없는 관계로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한국산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그러나 중국 업체의 기술력과 수율이 높아지자,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는 자국산 디스플레이를 하나둘씩 찾기 시작했다. 실제로 오포, 비보,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한국 OLED 패널 비중은 2021년 78%에서 지난해 16%로 대폭 감소했다.
자신감을 얻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는 자국산 스마트폰에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돌입했다. 지금은 ‘내수용’이라 불리던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다. BOE는 애플 아이폰 패널 3대 공급사 지위에 올라섰다. 과거 기술적 결함 문제를 겪으며 애플 공급망에서 빠졌던 BOE다. 최근 들어 기술력과 수율이 정상 궤도로 올라서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이어 패널을 공급 중이다. BOE는 애플 아이폰16 시리즈에 이어 보급형 아이폰인 ‘SE’ 모델에 패널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애플은 2025년부터 아이폰에 사용하는 패널을 OLED로 바꿀 예정이다. 특정 공급사 비중 증가를 경계하는 기업 특성상, 1·2위인 삼성, LG보다 BOE에 물량을 더 배정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 요인 3. 끊임없는 기술 탈취 시도
한국과 중국의 OLED 기술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배경으로 끊임없는 기술 탈취 시도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삼성, LG디스플레이 기술 유출자들이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고 기소 처분에 처해졌다.
지난 8월 13일 LG디스플레이 직원 출신 2명이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 1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20~2021년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로 이직하면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의 올레드 양산 공정 등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OLED 기술 유출 시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올해 7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제조 관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 삼성 연구원에게는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이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OLED 디스플레이 분야 전문가다. 퇴직 후 국내에 디스플레이업체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관련 기술을 본인이 중국에 설립한 업체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에 판매·제공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 재직 당시 후배 연구원 등을 끌어들여 영업비밀을 자신의 국내 업체로 빼돌려 삼성 기술을 모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협력사 직원 등을 통한 기술 탈취 시도도 상당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협력사 톱텍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4월 삼성의 스마트폰 시리즈에 적용되는 ‘3D 라미네이션’ 관련 설비사양서, 패널 도면 등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을 위장 회사에 유출한 뒤 중국 업체 2곳에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톱텍은 이 같은 혐의로 지난해 7월 우리 대법원으로부터 톱텍 전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들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AI 주목…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공략
OLED 시장에서 중국 공세가 거세지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저전력 OLED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OLED 적용 범위를 모바일, IT, 자동차 등으로 확장해 성장을 지속한다는 전략이다. 올 들어서 시설 투자를 확대하거나 투자 집행 속도를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은 AI 관련 사업 전략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 그간 서버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AI 수요가 온디바이스(기기 탑재) AI로 확대되면서 여기에 맞는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2022년 185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1739억달러(약 232조6434억원)로 연평균 37.7%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저전력’ 기술이다. AI는 더 많은 정보량을 처리하면 할수록 전력 소비가 많아지고 덩달아 발열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가 제품의 전력 소비 중 적게는 30%, 많게는 70%도 차지하는 만큼,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전력 효율화에 중점을 맞춰 디스플레이 성능을 고도화하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잇따라 8세대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화면이 넓어질수록 AI 기능 활용도가 커지는데 마침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와 노트북 등 중대형 제품에도 AI 기능이 대거 탑재되고 있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8.6세대 규모의 IT OLED 분야에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00만개 노트북 패널을 생산하는 A6 라인을 충남 아산캠퍼스에 구축한다고 밝혔다. A6 라인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L8 라인을 개조해 구축하는, 삼성의 6번째 OLED 라인이자 8.6세대 IT 전용 OLED 라인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4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당장 수조원이 드는 8.6세대 증설에 쉽게 뛰어들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아직 확정 전이지만 2조원대 연간 설비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투자 분야는 노트북·태블릿·스마트폰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IT용 OLED 사업이다. 지난해(약 3조5000억원)보다는 설비투자 규모가 축소됐지만 수천억원대 분기 적자가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투자 의지를 꺾지 않은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도 매년 예정된 대로 확대하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의 연간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은 2021년 7%, 2022년 9%, 지난해 11%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두 회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Stretchable display)’ 경쟁에도 불을 붙이고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고무처럼 잡아 늘이거나 아래위로 비트는 등 화면을 자유롭게 변형해도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는 차세대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서 2017년 세계 최초로 스트레처블 O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였고, LG디스플레이도 2022년 12인치 화면이 최대 14인치까지 늘어나는 고해상도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바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LG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S/S 서울패션위크’에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미래형 의류와 가방을 공개했다. 화면이 마치 옷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며 디자인과 색상이 시시각각 변하는 옷을 구현해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얇고 가벼울 뿐 아니라 의류나 피부 등 불규칙한 면에 붙일 수 있어 패션·웨어러블·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폭넓게 적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 8월 최고 수준의 연신율(화면 늘어나는 비율)을 달성한 스트레처블 시제품을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화면이 원래 크기의 최대 1.25배까지 늘어나면서도 해상도는 게이밍 모니터 수준(120PPI)인 제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이르면 5년 내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공개한 업계 최대 크기의 차량용 슬라이더블 OLED는 평소에는 차량 뒷좌석 천장에 말린 상태로 숨겨져 있다가 필요할 때 아래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영화나 뉴스를 보거나 화상 회의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자동차가 여러 버튼 대신 스마트폰처럼 화면을 통해 조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가는 추세에 맞춰 차량 안에도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는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단일 패널로는 세계 최대 크기인 57인치 화면을 공개했다. 운전석 A필러부터 조수석 A필러까지 가로지르는 형태라, ‘필러투필러 LCD’라 이름 붙였다.
기술 보안, 소부장 산업 육성 절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OLED를 비롯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패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기술 보안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부실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생태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술 보안 강화다. 기술 유출은 한국 기업이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한 번에 뺏기는 치명적인 실책이다. 현재 주요 국가와 한국의 OLED 기술 격차는 2년 수준이지만, 기술 유출이 계속되면 격차는 금방 줄어들 확률이 높다.
오윤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OLED,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동업자이며 경쟁자인 중국, 주요 고객인 미국 등에 기술 노출 가능성이 상당하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의 기술 보안 강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의 국산화율은 약 65%로 타 산업 대비 높은 수준인 만큼 패널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패널 소부장 산업 생태계 육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다. 국내 소부장 기업의 역량이 높아지지만 일본에 비해 기초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장비와 소재업체에 기술·자금 등을 지원해 산업 생태계 전체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한목소리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술 난이도가 상당한 소재·부품·장비 시장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내 기업의 기초 기술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라는 말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디스플레이, 차량용 OLED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장이 급성장하는 중이다. 일례로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슬라이스에 따르면 AR·VR 시장은 연평균 34.8% 성장하며 2032년에 3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롤러블, 폴더블, 벤더블 디스플레이와 마이크로 OLED(OLEDoS·OLED On Silicon), 투명 OLED 등 차별화된 제품과 새로운 시장에 대응한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오윤정 연구위원 진단이다.
[김경민·정다운·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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