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메가 브랜드...인디 K뷰티 전성시대 [스페셜리포트]
‘구다이글로벌’.
이렇게 말하면 잘 모르겠다는 이가 많다. 그런데 ‘조선미녀’ ‘티르티르’ ‘라카’가 모두 이 회사의 K뷰티 브랜드라고 하면 “아~” 할 수 있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확보한 주력 브랜드 모두 2020년 이후 메가 브랜드(매출 1000억원 이상)로 급성장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스킨천사’로 유명한 크레이버까지 인수계약(SPA)을 했다. 계약서에는 연말 전에 자체 자금과 인수금융, 프로젝트펀드 등을 동원해 기업가치 3000억원짜리 회사 대주주로 등극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한바탕 ‘북새통’이다. 프로젝트펀드에 서로 참여하겠다고 나서면서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경영권과 사실상 관계없는 지분을 갖게 되는 프로젝트펀드지만 여기에 출자자(LP)로 참여하겠다는 기업, 기관투자자가 대거 늘어나 전체 인수 금액에서 펀드 비중을 늘려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요즘 IB업계 핫이슈는 단연 K뷰티다. 자본 시장이 침체기라는데 이 분야에서는 상반기에만 수백억원대 M&A가 12건이나 있었다. LG생활건강, 한섬, 구다이글로벌을 필두로 사모펀드, 패션 업체, 제약사 등 다양한 소비재 업체가 K뷰티 인수전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단기간에 성장한 K뷰티 메가 브랜드 급증이 자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이 증시에 입성, 한때 기업가치 3조원을 돌파한 사례 덕분에 요즘에는 영업이익 50억원 이상 올린 K뷰티 브랜드면 일단 투자부터 하겠다고 달려드는 국내외 VC나 자산운용사가 많다”고 귀띔한다.
‘리들샷’ VT, 매출 3000억 육박
국내에는 뷰티 대기업 부럽지 않은 실적을 자랑하는 인디 브랜드가 꽤 많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메가 브랜드만 ▲브이티 2955억원(VT) ▲에이피알 2143억원(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 ▲달바글로벌 2008억원(달바) ▲고운세상코스메틱 1984억원(닥터지) ▲티르티르 1719억원 ▲더파운더즈 1433억원(아누아) ▲아이패밀리에스씨 1442억원(롬앤, 누즈) ▲구다이글로벌 1395억원(조선미녀) ▲서린컴퍼니 1156억원(라운드랩) ▲비나우 1145억원(퓌, 넘버즈인) ▲아이아이컴바인드 화장품 부문 1159억원(탬버린즈) ▲마녀공장 1050억원 등 다수다.
‘아누아’ ‘티르티르’ 日 돌풍
최근 상승세가 가파른 인디 브랜드 중에는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선전하는 곳이 많다.
브이티코스메틱은 기능성 에센스 ‘VT 리들샷(이하 리들샷)’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대박을 쳤다. 미세침에 시카 추출물 성분을 포함해 피부 흡수력을 높인 리들샷은 50㎖ 용량 기준 100과 300 제품 가격이 3만원대다. 한국보다 일본에서 3개월 먼저 선보이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브이티코스메틱은 지난해에만 295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총이익(매출액-원가)이 1118억원에 달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배가량(100.6%) 뛰었다.
구다이글로벌이 올해 4월 인수한 ‘티르티르’ 역시 해외 개척 선봉장이다. 특히 티르티르는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현지 맞춤형 마케팅으로 급성장했다. 일례로 티르티르가 구독자 347만명을 보유한 흑인 뷰티 크리에이터 ‘미스달시’에게 피부에 딱 맞는 쿠션을 개발해 선물한 ‘쇼츠’ 영상은 올해 5월 업로드된 이후 조회 수 5240만회를 기록했을 정도. 그 덕에 지난 6월에는 한국 브랜드 중 최초로 아마존의 전체 뷰티 카테고리 중 색조 제품 1위를 거머쥐었다.
마녀공장 역시 일본 수출 증가율에 힘입어 상장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미국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아마존에서 3.5배 가까이(244%) 성장하며 미국 시장에서 떠오르는 K뷰티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데다 최근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올해 8월에만 미국 코스트코 매장 300곳에 입점을 마쳤다.
아이패밀리에스씨의 ‘롬앤’은 일본 현지화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16년 첫선을 보인 롬앤은 사업 초기 일본 18~24세 여성 고객을 겨냥하고 ‘퍼스널 컬러’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일본 로손 편의점과 손잡고 공동 개발한 메이크업 브랜드 ‘앤드바롬앤’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편의점 판매 특성에 맞춰 기존 제품의 약 3분의 2 크기로 상품을 설계하고 가격도 1000엔대로 낮춘 결과다.
‘아누아’로 유명한 ‘더파운더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50%에 달한다. 아누아의 급성장 역시 해외 진출 덕이 크다. 2021년 해외 수출을 시작했는데 이듬해인 2022년 일본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증가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북미에서 아마존 클렌징오일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액 역시 2021년 299억원에서 지난해 1432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고, 현재 전체 매출 중 5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독도 토너’ 올리브영서 매출 천억
CJ그룹 올리브영은 명실상부 ‘K뷰티 인큐베이터’로 자리매김했다. 대형 플랫폼 업체로서 중소 브랜드를 입점시켜 매출 증대는 물론 해외 수출 기회까지 제공한 덕분이다. 올리브영에 입점해 메가 브랜드로 성공한 대표 사례는 서린컴퍼니의 ‘라운드랩’, 비나우의 ‘넘버즈인’ 등이 첫손에 꼽힌다.
2017년 설립된 서린컴퍼니는 라운드랩의 ‘1025 독도 토너’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울릉도 해양심층수 미네랄 성분을 주요 원료로 사용했다. 그 밖에 칼슘, 마그네슘, 아연, 판테놀, 알란토인 등 피부에 유익한 각종 성분을 혼합했는데, 사용해본 사람들 사이에서 “좋다”며 금세 입소문이 났다. 특히 2019년 올리브영 입점과 함께 외형이 크게 성장했다. 독도 토너는 2020년부터 ‘올리브영 어워즈’ 스킨·토너 부문 4년 연속 왕좌를 차지하는 등 대표적인 올리브영 장학생으로 꼽힌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라운드랩은 지난해 올리브영에서만 연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대표 중소기업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덕분에 서린컴퍼니 매출액은 2020년 364억원에서 지난해 1156억원으로 급상승했다.
‘넘버즈인’ 시리즈로 올리브영에서 꾸준히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비나우 역시 ‘올리브영 모범생’으로 꼽힌다. 2018년 설립된 비나우는 주력 브랜드 넘버즈인을 2021년 올리브영에 입점시켰다. 이후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기획 상품을 출시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넘버즈인은 올리브영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차세대 브랜드 ‘퓌’로 또 한 번 히트 상품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비나우의 매출액은 1145억원으로 전년 592억원보다 93% 대폭 늘었다.
3. 알고 보니 K뷰티였어?
‘달바’ ‘탬버린즈’ 해외 이미지 물씬
‘승무원 미스트’로 이름을 알린 ‘달바(d’Alba)’가 K뷰티 제품인지 모르는 소비자가 꽤 많다. 브랜드 이름부터 화이트 트러플 산지인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알바(Alba) 지역에서 따왔을 정도로 이국적인 느낌을 줘서다. 더불어 해외에서 일찌감치 유행을 타고 있는 ‘비건’ 트렌드를 적극 받아들여 식물성 성분으로 제품 개발을 했다는 점도 차별점. 그 덕에 달바는 해외 유행에 민감한 항공사 승무원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났고 이를 본 국내외 고객의 ‘따라 하기 구매’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서울 한남동에 화이트 트러플을 주재료로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까지 열어 고객의 이국적인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썼다. 그 덕에 미국과 일본, 동남아 등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수출 주문이 들어올 정도다.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 역시 이국적인 브랜딩으로 성공한 경우다. 쇼룸에 들어서면 제품보다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떠올릴 정도로 다양한 오브제가 공간을 가득 채워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양승진 작가의 의자부터 해외 유명 작가 가구를 컬래버 형태로 전시하기도 한다. 또 화장실을 쇼룸 중간에 배치하는가 하면 거대한 동물 형상을 가져다 두기도 한다. 고객은 매번 신기한 공간을 탐험하는 듯 방문하고 그 사이에서 제품을 보물 찾기 하듯 찾아 구매하는 ‘경험’에 지갑을 연다. 외국인 고객이 국내에서 꼭 찾아야 할 명소로 탬버린즈 매장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회사는 젠틀몬스터로 유명한 아이아이컴바인드. 여전히 젠틀몬스터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탬버린즈를 위시한 화장품 부문 매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1년 279억원 수준이었던 화장품 부문 매출은 지난해 1174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닥터지’ ‘미샤’…중고 신인 등극
사실 K뷰티 시장에는 최근 뜬 인디 브랜드보다 훨씬 먼저 활약했지만, 지금은 잊히거나 실적이 곤두박질쳤던 곳이 꽤 있다. 그런데 반전도 있다. 잠시 잊혔던 ‘전통의 강호’ 중 다시 실적이 역주행하는 브랜드도 눈에 띈다.
‘닥터지(Dr.G)’를 운영하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이 대표적. 나름 역사와 전통 있는 회사다. 2000년 피부과 전문의 안건영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가 큰 호응을 얻으며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고운세상코스메틱 매출은 2015년까지도 144억원, 2016년에는 201억원, 2017년에도 265억원에 머물렀다. 고운세상코스메틱 매출이 1000억원을 바라보기 시작한 건 스위스 최대 유통 기업 미그로스그룹에 지분 51%를 매각한 2018년(992억원)부터다. 닥터지를 필두로 2019년 매출액이 1533억원으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1984억원까지 치솟으며 이제 매출 20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이 됐다. 안건영 창업자는 매각 이후에도 여전히 명예회장이자 R&D 관련 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프라인 로드숍들이 몰락하며 한때 부침을 겪었던 ‘미샤’ ‘토니모리’도 최근 다시 흥행하기 시작했다. 올 2분기 실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상승한 모습이다.
한때 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도했던 이들 로드숍 브랜드는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고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매장 생태계가 달라져 한동안 실적 부침을 겪었다. 코로나 이후에는 최근 몇 년간 쏟아져 나온 국내 인디 브랜드에 밀릴 뻔했지만 체질 개선을 통해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고 해외 시장 판로 확대에 힘쓰면서 다시 견고한 성적을 내고 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올 2분기에만 매출 657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수익성이 낮은 면세 채널 의존도를 대폭 낮추면서 전년 동기 746억원 대비 11.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억원 대비 34% 늘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14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반기 만에 전년 연간 실적을 이미 상당 부분 달성한 셈이다.
미샤는 최근 일본 시장에서 색조 화장품에 이어 기초 화장품 라인까지 강화했다.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 선호도가 높은 일본 시장 특성을 고려해 ‘프라자’ ‘로프트’ ‘도큐핸즈’ 등 일본의 유명 H&B 점포를 비롯해 약 2만개 매장에 진출했다.
토니모리도 실적이 상승세다.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71억원, 영업이익 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6.1% 증가했다.
토니모리도 최근 새 유통 채널을 확대한 덕분에 실적이 좋아졌다. 올 들어 ‘PX 군마트’와 ‘올리브영’ 입점을 시작으로 다이소에까지 발을 들였다. 또 미국 플러시 인형 브랜드 ‘스퀴시멜로우’와 컬래버한 제품이 미국의 뷰티 멀티숍인 ‘얼타’와 ‘아마존’ 등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에 대대적으로 입점했다. 9월에는 멕시코 ‘월마트’와 ‘월마트 익스프레스’ 400개 매장에 ‘아임마스크’ 제품이 정식 입점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킬커버’ 제품군으로 유명한 ‘클리오’는 2024년 2분기 매출이 9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96억원으로 47% 대폭 성장했다. 클리오는 지난 2분기 일본 현지 핵심 벤더 업체를 인수하고, 일본법인 클리오재팬을 공식 설립하며 사업 구조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일본 현지 1위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약 2만여개 매장에 ‘트윙클팝’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유통 채널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북미, 동남아 등 주력 국가에도 진출했다.
조 단위 뷰티 ‘대어’ 평가받기도
매출 1000억원 이상 메가 브랜드로 몸값이 높아지자 기업공개(IPO)나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는 곳도 적잖다.
상장을 추진하는 곳으로는 달바글로벌, 비나우 등이, 공개 매각을 추진하는 곳으로는 크레이버, 서린컴퍼니가 눈에 띈다.
이 중 ‘달바(d’Alba)’로 유명한 달바글로벌(옛 비모뉴먼트)의 IPO 행보가 가장 빠른 편. IB업계에 따르면 달바글로벌은 올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하반기 중 예비상장심사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달바글로벌 실적 상승이 순조롭다면 1조원 가까이 몸값을 기록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달바글로벌은 2022년 매출액 1452억원, 지난해에는 200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 3000억원, 영업이익 700억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상반기에 매출 140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을 넘겼는데 하반기에도 수출 주문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생산, 물류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성장세가 뚜렷한 데다 동일 업종 상장사 PER 20~25배로 감안할 경우 기업가치 혹은 상장 시 시가총액은 1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스킨케어 브랜드 ‘넘버즈인’으로 잘 알려진 뷰티 기업 비나우 역시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두고 상장을 추진 중이다. 비나우는 ‘보들보들 결 세럼’ ‘말끔 순삭 클렌징오일’ ‘흔들어 뿌리는 마스크’ 등 주력 제품이 미국과 일본, 대만 등 해외 10여곳 이상에서 팔려 나가며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145억원, 영업이익은 27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93%, 120%씩 증가했다.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 지난해 실적을 넘겼다. 증권가는 에이피알을 잇는 조 단위 뷰티 ‘대어’로 평가하기도 한다. 참고로 올해 8월 일본 최대 뷰티 전문 쇼핑몰 엣코스메가 발표한 ‘지난 한 달간의 인기 스킨케어 제품’에서 넘버즈인의 흔들어 뿌리는 마스크가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나우는 올해 상반기 주주 소수 지분 매각 과정에서 4000억원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기에 증시 입성 시 더 높은 시가총액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상장 시기는 2026년 상반기 정도로 두고 있어 시간 여유는 좀 있는 편이다.
공개 매각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라운드랩’ 브랜드를 보유한 서린컴퍼니다. 2017년 설립된 서린컴퍼니는 라운드랩의 ‘1025 독도’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다. 2019년 올리브영 입점과 함께 외형이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군 납품 업체로 선정되면서 판매 채널도 다변화됐다. 서린컴퍼니 매출액 역시 2020년 364억원에서 지난해 1156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칼립스캐피탈과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7월 서린컴퍼니를 인수한 이유다. 이후 두 회사는 1년 만에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최근 매각에 나선 상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희망 거래가는 약 8000억원으로 전해진다.
‘토리든’ ‘아비브’ 눈길
K뷰티 시장에서 이런 상승세를 이어갈 메가 브랜드가 또 나올까.
매경이코노미가 화장품 OEM·ODM 기업 관계자를 비롯해 뷰티 관련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차세대 유망주 브랜드를 조사해봤다. ▲크레이버코퍼레이션(스킨1004 운영)을 비롯해 ▲토리든(토리든) ▲포컴퍼니(아비브) ▲스킨이데아(메디필) ▲메디테라피(메디테라피) ▲랩앤컴퍼니(스킨앤랩) ▲뷰티셀렉션(바이오던스) ▲마뗑킴(마지두마뗑) ▲정샘물뷰티(정샘물뷰티) 등이 꼽혔다.
특히 ‘스킨1004’를 운영하는 크레이버는 올해엔 화장품만으로도 매출액 1000억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크레이버 매출액은 955억원. 이 중 스킨천사, 이데넬 등 화장품 비중이 70%였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는데 스킨천사 기여도가 약 80%에 달한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크레이버의 올해 성장세가 상당히 가파르다”며 “스킨1004 단일 브랜드만으로도 매출액 1000억원을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600억~700억원대 회사도 줄을 서 있다.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씨가 만든 뷰티 브랜드 ‘정샘물뷰티’는 3년 전부터 해외 수출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매출액 707억원(전년 465억원), 영업이익 152억원(전년 88억원)을 기록했다. 높은 이익률을 바탕으로 정샘물 씨가 직접 해외 세일즈를 진두지휘하면서 올해는 무난히 ‘1000억 클럽’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역시 급성장 중인 스킨이데아(메디필)도 지난해 74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만큼 조만간 매출 1000억원 돌파가 점쳐지는 브랜드다. 두피케어 브랜드 ‘닥터포헤어’, 헤어케어 브랜드 ‘어노브’를 운영해 지난해 기준 연간 74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와이어트 역시 메가 브랜드 후보군 중 하나다.
‘올리브영 모범생’ 토리든, 아비브(포컴퍼니)도 올해 무난히 매출액 1000억원을 넘길 공산이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토리든은 올해 ‘올영 세일’ 기간(5월 말~6월 초) 동안 매일 하루 매출 10억원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인 바 있다. 올리브영에서 2017년 ‘클린 뷰티(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한 화장품 브랜드)’ 캠페인 때 발굴한 브랜드 ‘아비브’ 역시 ‘껌딱지 시트 마스크 어성초 스티커’로 인기를 끈 이후 패드, 스킨케어(토너, 에센스, 크림), 클렌저, 선케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하면서 매년 2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의료기기 브랜드 유명세에 힘입어 화장품 브랜드 특수를 누리며 천억 클럽 합류를 눈앞에 둔 곳도 있다. 파마리서치의 ‘리쥬란코스메틱’이다. 리쥬란 화장품 사업부는 올해 2분기에만 수출 화장품 사업부 매출 120억원, 내수 매출 79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면 올해 화장품만으로 매출 1000억원 돌파가 가능해 보인다는 전언이다.
한편 해외 소셜미디어를 보면 차기 메가 브랜드를 예상해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해당 브랜드 콘텐츠가 특히 외국인 폴로어 수 증가, 높은 도달률로 이어질 경우 결국 매출로 연결된다는 논리다.
박은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특히 미국 틱톡에서 많이 회자되는 바이오던스가 기대를 모은다”고 분석했다. 바이오던스는 뷰티셀렉션의 주력 화장품 브랜드로 ‘바이오 콜라겐 리얼 딥 마스크’가 최근 아마존닷컴 글로벌 순위 2위에 올랐다. 뷰티셀렉션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에서 매월 평균 전년 동월 대비 10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패션 회사가 M&A 후 뷰티 시장으로 전장을 넓히는 사례도 있다. 대명화학 계열 하고하우스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유명한 ‘마뗑킴’에 투자했다. 이후 마뗑킴은 2년여 만에 1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여세를 몰아 마뗑킴은 지난해 ‘마지두마뗑’이라는 뷰티 브랜드를 내놨다. 회사 관계자는 “인기 패션 브랜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뷰티 시장에서도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제조·유통·브랜드 ‘찰떡궁합’
‘K뷰티 인디 브랜드의 메가 브랜드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은 “매우 그렇다”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과 함께 K뷰티 브랜드가 이미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1차 K뷰티 웨이브가 중국 시장 중심의 단기적 성장에 의존했다면, 2차 K뷰티 웨이브는 K컬처가 흥행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진출할 수 있는 동력이 생겨 지속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제품 기획 능력, 뛰어난 제품력, 합리적인 가격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은 소수의 히트 제품이 주목받기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품질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는 K뷰티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온오프라인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는 분석도 전망을 밝힌다. 박은정 애널리스트는 “일본에서는 일본 브랜드의 매대 점유율을 뺏어오는 수준이고, 미국에서도 순차적으로 오프라인 진출이 가시화된 업체가 늘고 있다”고 들려줬다. 아울러 에이피알처럼 K뷰티가 화장품 제품을 넘어 홈뷰티 디바이스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한층 기대해볼 만한 대목이다.
K뷰티 제조사의 강력한 OEM·ODM 제조 역량과 브랜드사 등 각 주체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 ‘메가 브랜드화’ 현상을 지속시키는 토대가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기훈 씨앤씨인터내셔널 경영기획본부장은 “K뷰티가 잘나가는 원동력은 브랜드사, 제조사, 유통사의 찰떡궁합 덕분”이라며 “브랜드사의 마케팅과 기획 역량, ODM사의 제품 개발 능력, 그리고 유통사의 해외 시장 전개가 삼박자를 이루며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수는 없나
과거 1000원 마스크팩 공멸…반면교사
K뷰티 간 치열한 경쟁이 자칫 저가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2015년 전후 중국 시장에선 기존에 2000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던 마스크팩 가격을 한 화장품 회사가 유사한 제품을 개발해 ‘1000원’이라는 가격 파괴 전략을 펼치면서 시장을 혼탁하게 한 바 있다.
소성현 한국피부과학연구원 부사장은 “이후 중국 시장에서 가격을 더 낮추고 서로 상품을 베끼며 K뷰티 업체끼리 경쟁하다 시장 자체가 망가졌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저가 경쟁 대신 각 브랜드가 차별점을 키우는 방향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역 장벽이나 정치적 리스크가 글로벌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중국의 한한령, 자국 브랜드 선호 정책을 들 수 있다. 다른 국가에서도 K뷰티가 지나치게 득세하면 언제든 무역 분쟁, 보이지 않는 규제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더불어 수출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현지화 ‘시즌2’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는 “일본 시장의 경우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오프라인 중심 마케팅과 유통 전략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비교해 북미 시장은 한국 시장과 비슷하게 온라인 판매 비중이 큰 편이면서 스킨케어 제품군이 인기를 끄는 만큼 이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과 기업(이하 가나다순)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 박은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성기훈 씨앤씨인터내셔널 경영기획본부장, 소성현 한국피부과학연구원 부사장, 에이피알, 코스맥스, 한국콜마
[박수호·정다운·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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