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의사 악마화 시도"… '블랙리스트' 전공의 구속 반발

채혜선 2024. 9. 2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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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의과대학 전용 강의실이 정부와 의대 증원 갈등으로 수개월 동안 학생들 없이 텅 비어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한 사직 전공의가 구속된 데 대해 의대 교수들이 23일 “의사 악마화 시도”라며 반발했다.

서울대·연세대·울산대 등 30개 의대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이날 오후 7시쯤 호소문을 내고 “국가 폭력에 대해 개인 일탈로 잘못했으나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전공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아마도 이런 것이 정부의 플랜B인가 보다. 어떻게든 의사를 악마화해 여론을 전공의 쪽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6개월만 버티면 이길 것’이라는 최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정부가 정해둔 플랜이 있을 것”이라며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던 지난 2월엔 대학병원에 경찰 기동대를 배치했고, 존재하지도 않는 단체 행동 주동자를 찾기 위해 전공의 대표들의 통신기록을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빅5’ 병원 전공의 대표 등이 최근 경찰에 잇따라 소환된 것을 놓고서는 “최근 경찰에 공개적으로 소환해 언론에 얼굴과 신분을 공개했다. 이후에도 언론을 통해 전공의에 대한 악마화를 지속해서 추진했다”라며 비판했다.

이들은 “(전공의 사직 뒤) 7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는 (현 의료 상황에 대해) 의료 붕괴가 아니라 의료개혁을 위한 통과의례처럼 말하지만, 오래전부터 시작된 지방·필수 의료 붕괴는 (의대 증원으로 인한) 전공의·학생 이탈로 가속했고, 헌신했던 교수마저 병원을 떠나면서 이젠 벼랑 끝에 몰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불법적인 정책 추진으로 의료붕괴를 초래해 국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라면서도 “그런데도 아픈 환자가 있다면 의사는 환자 곁에서 함께하는 것이 저희가 부여받은 사명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정부를 설득하며 의료현장에서 끝까지 노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취소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 행동하라”라며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 혐의로 구속된 전공의 면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전공의 집단행동 등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은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게시한 사직 전공의 정모 씨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된 뒤 의료계에선 정씨의 구속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정씨가 명단이 작성된 피해자를 실제로 찾아가거나 위해를 가한 사실 등이 없는데 (정씨를) 구속한 것은 최소한의 법 적용 형평성을 상실한 사법 폭력”이라며 정씨 석방을 촉구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정씨를 면회한 뒤 취재진과 만나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분들 모두가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며 정씨를 두둔했다.

의료계에선 “지금이야말로 입은 다물고 주머니는 열 때(주수호 전 의협 회장)”라며 정씨를 돕자는 취지의 모금 행렬도 줄 잇고 있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면허번호 인증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정씨에게 송금했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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