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쓰레기 풍선에 인천공항도 스톱…軍 "선 넘으면 단호조치"
북한이 보내는 쓰레기 풍선에 의한 화재로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23일 군 당국은 상황에 따라 군사적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 재산과 인명 피해를 놓고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며 재차 경고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 쓰레기 풍선 살포 관련 우리 군 입장'이라는 제목의 메시지에서 "북한의 계속적인 쓰레기 풍선으로 인해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군은 지난 5월 30일 북한이 화생방 등 위험물질을 풍선에 담는 정황을 포착 시 상응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하는 기준에 관한 질문에 "명확한 선은 지금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1활주로와 제2활주로 사이 상공에서 풍선이 두 차례 확인돼 오전 6시 6분부터 6시 26분까지 20분 동안, 오전 7시부터 7시 17분까지 17분 동안 출발·도착편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전날(22일) 오후 10시 48분부터 11시 42분까지 54분 동안에도 제3활주로와 제4활주로 사이에 낙하한 풍선을 수거하느라 항공기가 이·착륙하지 못했다.
22일 오전에는 5개 안팎의 풍선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상공을 통과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지난 8일 경기도 파주, 지난 5일 김포공항 인근 등에선 쓰레기 풍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합참이 밝힌 집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이날까지 22차례에 걸쳐 모두 5500여개의 풍선을 부양했다. 합참은 북한의 쓰레기 풍선 1개당 제작비를 약 10만원으로 보고 북한 당국이 풍선 제작에 약 5억5000만원을 썼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 시세로 쌀 970t를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합참은 북한을 "국제적으로 망신스럽고 치졸한 행위로 우리 국민에게 불편과 불안감을 조성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저급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만 군 당국은 남으로 온 북한 풍선이 낙하 뒤 수거한다는 기존 대응 방식은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합참은 "쓰레기 풍선 살포 행위가 장기화되면서 일부에서는 공중 격추 등 군의 물리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나, 공중 격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해물질이 확산될 경우 국민 안전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군은 풍선 부양 원점에서부터 실시간 추적ㆍ감시하면서 낙하 즉시 안전대책을 강구한 가운데 수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풍선에 대해서 군사적으로 직접 대응하는 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현재 시행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그 방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풍선의 발열 타이머 오작동으로 인한 대형 화재 피해 또는 인명 피해를 북한의 의도성과 관계없이 레드 라인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 같은 의견도 포함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쓰레기 풍선을 통해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회색지대 도발을 일삼는 것일 수도 있어 선제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성준 실장은 "최근 하이브리드전이나 회색지대 도발의 경우 어떤 주체를 확인하거나 그 피해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이 있다"며 "그런 경우 적용되는 조건으로도 (레드 라인을)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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