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심 선고 앞두고…野, 이화영·김성태 불러 대질 조사한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에 대한 탄핵 청문회안을 처리했다. 청문회는 다음달 2일 열리는데,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쌍방울 회장을 불러 대질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안 관련 서류 제출과 증인·참고인의 출석 요구 등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박 검사를 비롯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정화씨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 34명의 증인·참고인 소환을 밀어붙였다. 민주당 측은 탄핵소추안에서 박 검사가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 다른 정당 대표의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이 전 부지사에게 허위 진술할 것을 수차례 회유하고 강제하는 위법행위를 자행했다고 적시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인 등 핵심 증인 3명은 민주당이 불리하다고 채택하지 않았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박 검사) 탄핵이 필요하다는 부분만 선전하는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증인·참고인 명단은 야당 측 찬성 9인, 여당 측 반대 6인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검사 탄핵뿐 아니라 관련 재판이 잘못됐다는 점을 알리려는 목적”이라며 “재판을 끌고 온다는 비판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이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이날 법 왜곡죄법(형법 개정안)과 검사 성적 매기기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찰을 압박하는 법안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일괄 회부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 왜곡죄 법안은 검사가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거나 범죄 사실이 인정됨에도 기소하지 않은 경우, 증거를 은닉·불제출·조작한 경우, 증거해석·사실인정·법률적용을 왜곡한 경우 등에 대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의혹과 주가 조작 의혹을 예로 들면서 “범죄 혐의가 발견됐음에도 수사하지 않고 고의로 봐줬다면 검사는 처벌 받아야 한다” “김 여사와 그 가족이 주가 조작으로 23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것은 검찰 의견서에도 들어갔는데 기소가 안 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검사가 처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법률 적용이 왜곡됐는지를 누가 판단할 수 있느냐”며 “이 법안은 결국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도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하지 않은 경우는 직무 유기에 해당하고, 증거 은닉·조작의 경우도 다른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며 “(관련 처벌법이 있는 데) 별도의 죄를 신설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검사의 평가 기준에 유죄 판결 비율을 포함하는 내용의 ‘검사 성적 매기기법’에 대해서도 비슷한 공방이 이어졌다. 법안을 발의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검사의 기계적 혹은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상소로 인한 물질적·정신적 피해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의 수사나 기소가 위축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법조계에선 두 법안이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을 왜곡하면 처벌한다’는 추상적 법 조항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검사에 대한 고소·고발 남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검사 성적 매기기법은) 성범죄처럼 무죄율이 높은 범죄에 대해 검사가 기소를 꺼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24일 소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법왜곡죄 등은 과거 노회찬 전 의원이 발의하는 등 오랫동안 논의가 되어온 법안”이라며 “숙성이 충분히 된 만큼 빠르게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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