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수사로 딥페이크 근절? 텔레그램 뺀 방지법 여가위 통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지인 등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 착취 영상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이 23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주 유통 경로인 텔레그램 등 메신저 앱과 각종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빠져있어 ‘땜질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9월 5일자 A8면 참조〉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아청법 개정안은 성 착취물을 이용해 아동·청소년을 협박·강요할 경우 기존 성폭력처벌법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협박은 1년 이상에서 3년 이상 징역형으로, 강요는 3년 이상에서 5년 이상 징역형으로 형량을 높였다.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에는 딥페이크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 긴급 수사가 필요할 경우, 경찰관이 상급 부서 등의 사전 승인 없이 경찰 신분을 숨기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에게 접근해 증거 자료를 수집하도록 해 ‘함정 수사’의 근거를 만들었다. 또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과 피해자 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고,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 주체에 지방자체단체를 추가했다.
삭제 지원 대상에 피해자 신상 정보를 포함하고, 구상권 행사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관계 행정기관의 장(長)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설치 운영 근거도 마련했다. 이날 여야 합의로 여가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2015년 ‘소라넷’, 2019년 ‘n번방 사태’에 이어 지난달 27일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국회에서는 뒤늦게 33건의 무더기 법안이 쏟아졌다. 그러나 기술을 활용한 성범죄가 악랄해지고 가해자 연령대 역시 대폭 낮아지고 있음에도 관련 법안은 이전에 제출된 법안을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여가위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 역시 성 범죄물 유통 경로에 대한 제재 방안은 빠져 있다.
지난 4일 여가위 전체 회의에서도 텔레그램의 국내 차단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텔레그램에 ‘수사 협조 구걸’이 아니라 협조가 부실하면 국내 서비스 차단도 고려해야 한다”며 “만약 법적 근거가 없어 조처를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법안 발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각각 마련한 딥페이크 성범죄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향후 플랫폼 규제 법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대응 특위는 25일 2차 회의를 열어 범죄 확산의 책임이 있는 포털사이트, 앱에 대한 규제안을 논의한다. 특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수익이 발생하면 사용자 안전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AI 필터링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성 착취물을 걸러내는 걸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11일 발족한 ‘딥페이크 성범죄·디지털성폭력근절대책’ 특위를 중심으로 플랫폼 규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23일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해외 플랫폼에도 딥페이크 유통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과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텔레그램도 불법 촬영물의 책임자로 지정할 수 있게 하는 게 주 내용이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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