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끊은 신세계L&B…흑자 전환 '청신호'
오비맥주에 '제주소주' 매각 등 비효율 사업 정리
'와인앤모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강화
유통과 제조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던 신세계L&B가 본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황을 마무리 짓고 있다. 골칫거리이던 제주소주를 오비맥주에 매각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주·위스키 제조 사업 등은 정리하고, 와인을 중심으로 한 수입 주류의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방황 끝" 소주·위스키 접고 와인에 집중
2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올해 주류 전문매장 '와인앤모어'의 4개(다산점·기장점·동탄카림점·부천점) 매장을 폐점한 데 이어 연내 2개 매장을 추가로 정리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홈술' 문화가 확산하며 와인·위스키 등의 수요가 늘어나자 신세계L&B는 와인앤모어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와인의 인기가 주춤하면서 매출 부진 점포의 정리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지난해 3개(인천도화점·서울대입구점·하남점) 매장의 영업을 종료했고, 올해도 6개 매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2022년 51개까지 늘어났던 와인앤모어 매장은 42개로 줄어들게 됐다.
신세계L&B는 지난해 9월 송현석 대표가 취임한 이후 제조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와인 수입·유통 등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에게 그룹의 주류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L&B의 겸직 대표 인사를 냈다. 종합 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와는 다르게 주류 수입과 제조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회사의 길잡이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송 대표 체제에서 신세계L&B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와인앤모어 매장 정리 외에도 비수익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스코틀랜드 증류기 업체 '포시스(Forsyths)'와 증류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제주위스키' 등 상표 출원을 진행하는 등 K-위스키를 목표로 열을 올렸던 위스키 사업을 전담조직이었던 'W비즈니스'팀을 해체하며 중단했고, 지난 2월에는 발포주 '레츠'도 출시 약 2년 만에 단종하기로 결정했다.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은 건 최근 오비맥주와 진행한 제주소주 매각이다. 이마트가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는 적자에 시달리며 2021년 사업 효율화를 명목으로 신세계L&B에 흡수 합병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지난 6월 물적 분할되며 사실상 매물로 내놓은 상태였다. 이번 매각은 2010년부터 약 8년간 오비맥주에서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지낸 송 대표가 오비맥주와 직접 프라이빗 딜을 진행해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시선은 실적으로…와인앤모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강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명확히 하면서 체질 개선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신세계L&B는 코로나19 특수가 끝이 나면서 매출액이 1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줄었고, 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93.8% 감소했다.
다만 올해는 제주소주 매각을 계기로 실적 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신세계L&B는 와인 등 주류시장 침체 속에서도 주류 유통사업을 맡은 도매사업부는 매출액 1795억원, 영업이익 28억원으로 제 몫을 했다. 하지만 제주소주가 속한 제조사업부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영업손실 21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갉아먹었다.
신세계L&B는 기존 주류 전문매장이던 와인앤모어를 와인은 물론 주류 사업 전체를 포괄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역할을 확장하는 작업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업계 최초로 100% 재활용·생분해 가능한 친환경 펄프 패키지를 도입한 데 이어 연내 와인을 원료로 활용한 화장품 '와인앤모어 뷰티'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큐레이팅 형 주류 쇼핑 플랫폼을 출시하고 멤버십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와인과 위스키 위주로 이뤄지던 수입 주류 소비가 데킬라, 럼, 중국 백주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와인끼리 경쟁하던 시장에서 다양한 주종이 경쟁하는 구도로 바뀌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주력 와인 브랜드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큐레이팅 형 플랫폼과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 구매 이력 데이터 등으로 개별 소비자에게 맞는 와인 추천과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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