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 MBTI는?…지방소멸위기 대응 위한 진단법 나왔다
행정안전부(행안부)와 건축공간연구원이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MBTI 검사를 인구감소지역에 적용,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을 정확히 진단하고 지역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만들 수 있게 분석결과를 각 지역에 배포했다"고 23일 밝혔다.
지역 특성 MBTI는 지역 인구(EㆍI), 입지(NㆍS), 지역 가치(TㆍF), 특수성(PㆍJ) 등 4가지 특성을 조합해 16개 지역 정체성 유형을 진단한다. 구체적으로 ▶외부인구 중심이거나(E), 정주 인구 중심인 지역(I) ▶자연요소가 많거나(N), 도시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지역(S) ▶전통유산 중심의 관광산업에 투자하거나(T), 미래 기반산업을 육성하려는 지역(F) ▶한시적 행사 중심이거나(P), 상시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지역(J) 등으로 나뉜다.
이런 특성을 기반으로 행정안전부와 건축공간연구원이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곳을 대상으로 MBTI를 조사한 결과 57%(51곳)가 ‘INTP’인 것으로 나타났다. INTP는 정주 인구 중심에(I) 자연 요소가 많고(N), 전통유산 위주의 관광산업(T)과 일시적인 지역행사(P)가 많은 지역임을 뜻한다.
지방소멸 대응에 매년 1조 투자, 엇비슷한 대책
정부는 2022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인구감소지역에 매년 1조씩, 총 10년간 투자할 계획이다. 각 지자체에서 투자계획을 만들어 제출하면 이를 평가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지난해 제출한 투자사업 880건을 살펴보니 문화ㆍ관광(26%), 산업ㆍ일자리(25%), 주거(22%) 위주의 엇비슷한 사업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 특성 MBTI를 개발한 박성남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한 전략이 필요한데 용역업체가 비슷한 공모 기획서를 만들어 제출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역사회 목소리를 통해 지역다움을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지역 특성 MBTI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인구감소지역 90%, 외부인 많은 E 성향 원해
이번 조사에서 인구감소지역의 약 90%가 외부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E 성향을 가지길 원했다. 전남 고흥군과 경북 울진군은 INTP 성향 지역이지만, 향후 정반대 성격인 ESFJ로 변모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FJ는 외부에서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되면서 도시 인프라를 갖추고, 지역 대표 산업을 육성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같은 MBTI를 가진 도시라도 지향점이 다른 곳도 많았다. 부산 서구와 대구 남구의 MBTI는 INTP로 같지만, 부산 서구는 앞으로 ESTJ 성향을 가진 도시로, 대구 남구는 INTJ 도시로 발전하길 바랐다. 충남 공주시도 현재 MBTI는 INTP이지만 희망하는 MBTI는 ESTP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주시는 외부인구 유치를 위해 자연 휴양지를 활용한 계절축제를 기획하되, 더 편리한 도시환경을 갖추기 위해 대중교통 노선을 늘리고 문화시설 건립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립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진단이 나왔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인구감소 지역의 특성은 엇비슷해 보이지만, 주민 의견을 반영해 다양성을 보완하고 특색을 살릴 수 있게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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