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힘 모아야 할 때”…제일기획 출신이 만든 한동훈 '감성터치' 백드롭

윤지원 2024. 9. 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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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0·16 재보궐선거 후보자 추천장 수여식에 참석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

"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할 때 " 한동훈 대표가 취임 두 달을 맞은 23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 백드롭(뒤 걸개)이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24일 만찬을 하루 앞두고 걸린 이 백드롭을 두고 여권에선 “윤 대통령에게 요청한 ‘만찬 전 독대’가 성사돼 갈등설을 잠재우고, 또 여야의정 협의체도 한시바삐 출범해야 한다는 한 대표의 마음이 반영된 것 아니겠나”(친한계 의원)는 말이 나왔다.

당 대표 회의실 등에서 회의가 진행될 때 노출되는 백드롭 문구는 당이 내세우는 일종의 슬로건이다. 한 대표 취임 뒤 백드롭은 세 차례 바뀌었다. 취임 직후 7월 25일 최고위원회 현장에 처음 걸었던 건 “국민과 함께 미래로 갑니다”였다. 7·23 전당대회에서 62.8%의 득표율로 당선된 한 대표가 당선 수락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미래로 갑니다. 변화를 시작합니다”고 한 것을 인용했다.

취임 한 달째인 지난달 26일엔 “차이는 좁히고 기회는 넓히고”로 백드롭을 바꿔 걸었다. 당에선 한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먹사니즘‘에 맞선 정책 브랜딩이자 ‘좌클릭’을 본격화한 것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 2일 한동훈 체제 ‘1호 특위’로 출범시킨 격차해소특별위원회와도 맞물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근 국민의힘 백드롭을 놓고 “대한민국 영토 독도를 지키겠습니다”. “응급실 뺑뺑이 정부는 왜 있습니까” 등 민주당 백드롭과는 결이 다르다는 정치권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상 상대 진영 비판을 직설적으로 담는 게 일반적인데, 광고 카피 같은 감성 터치가 담겨 있다”며 “당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데 주안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변화는 당 홍보본부(장서정 본부장)가 주도하고 있다. 당 홍보본부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후보군을 정하면, 한 대표가 이를 최종 채택하는 식으로 한 달마다 백드롭이 교체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 시절 비대위원을 지낸 장 본부장은 제일기획 디지털사업팀 광고서비스 기획자 출신이다.

익명을 원한 지도부 인사는 “장 본부장이 정치 바깥에서 온 인물이라 일하거나 소통하는 방식이 기존 정치 문법과 다른데, 한 대표가 이런 의견들을 경청해 당원 중심 정당을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29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첫 비대위회의를 열고 장서정 비대위원에게 임명장을 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 대표가 장 본부장 등과 함께 당비를 정기적으로 내는 ‘책임당원’ 명칭을 새롭게 정비하기로 한 것도 이런 기조와 닿아 있다. 민주당이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을 ‘권리당원’으로 부르는 것과 달리 ‘책임당원’이란 명칭은 “권리보다 책임을 강조해 권위적”이란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한 대표도 지난달 27일 “책임은 저희가 지고 권리는 여러분이 누리시게 할 것”이라며 명칭 변경을 언급했다. 지난 14일까지 책임당원을 대체할 새 이름을 당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했고, 이달 중 새 명칭 당선작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구형을 받자 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한 것을 두고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를 또 탄핵한다고 하던데, 이렇게 속 보이고 시끌벅적하게 사법 시스템을 흔드는 건 대한민국을 흔드는 것이다.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고 재판에 불복하지 말자”고 비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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