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즌 보낸 화이트삭스, 역대급 불명예

이준목 2024. 9. 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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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에서 역전패, 불명예 기록은 '현재진행형'

[이준목 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CWS)가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화이트삭스는 9월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시즌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 경기에서 2-4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화이트삭스는 6경기를 남겨둔 현재 36승 120패(승률 .231)을 기록했다. 이는 화이트삭스가 소속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양대리그(내셔널리그-아메리칸리그) 30개 구단을 통틀어 압도적인 꼴찌 기록이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화이트삭스 다음으로 낮은 승률을 기록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마이애미 말린스(57승 99패, 승률 .365)와도 무려 1할 이상 차이가 난다. 아메리칸리그는 화이트삭스를 제외한 나머지 14개팀이 모두 4할대 이상의 승률을 기록중이며 3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 중인 팀은 리그 전체를 통틀어 화이트삭스가 유일하다.

또한 리그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화이트삭스가 거둔 120패는 '21세기 단일시즌 최다패'기록이다. 1962년 뉴욕 메츠가 창단 첫해 160경기에서 120패(40승)로 20세기 최다패배 기록을 수립한 이후 장장 62년 만의 타이기록이다. 현재 승률 .231 역시 1916년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기록했던 .235(36승 1무 117패)을 뛰어넘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저승률'이다. 현대야구에서 반세기도 훌쩍 넘은'과거의 유물' 정도로 치부되었던 20세기의 기록들이 무덤에서 줄줄이 소환될 정도로 2024년 화이트삭스의 행보는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

1894년 시카고 남부를 연고지로 하여 수시티 콘허스커스라는 팀명으로 첫 창단한 화이트삭스는 1901년부터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에 합류했고 1904년부터 지금의 팀명으로 자리잡으며 역사를 이어왔다.

그동안 화이트삭스는 한국야구와는 별로 인연이 없었지만 무려 88년만에 블랙삭스의 저주를 깼던 2005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불펜 코치로 활약하면서 우승 반지까지 받은바 있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투수로 MVP를 수상했던 에릭 페디는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후 화이트삭스의 에이스로 활약했으나 지난 7월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했다.

화이트삭스는 월드시리즈에서 통산 3회(1906,1917, 2005)나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1919년 월드 시리즈에서 벌어진 대규모 승부 조작 사건인 '블랙삭스 스캔들'이라는 흑역사가 터진 이후 무려 88년 동안이나 우승을 하지 못하는 징크스에 시달리기도 했다.

화이트삭스는 2021년 이전까지 팀 역사상 플레이오프에 2년 연속 나간 적이 한번도 없는 데다 승부조작 오명 등으로 인하여 오랜 역사에 비하면 명문팀이라는 위상은 부족했다. 같은 시카고를 연고지로 하는 컵스(내셔널리그 중부지구)와 비교해도 인지도에 밀려 인기와 명성 또한 한 수아래로 여겨졌다.

그래도 불가 3년전 까지만 화이트삭스는 해도 지구 1위에 오를 정도의 강팀이었고, 2022시즌에도 5할승률을 기록하며 가을야구 진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2023시즌 61승 101패로 지구 4위에 그치더니 올시즌에는 그야말로 역대급 불명예 기록행진을 거듭하며 메이저리그 최악의 팀으로 추락했다. 이미 지난 8월에는 1988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아메리칸리그 타이기록인 21연패를 기록하는가 하면, 131경기만에 벌써 100패째를 적립하는 등 그야말로 답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화이트삭스는 전통적으로 메이저리그의 빅클럽들에 비하여 소극적이고 부실한 투자로 악명이 높았다. 이는 구단이 공들여 육성한 프랜차이즈급 선수들이 구단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을 잃고 잇달아 팀을 떠나는 원인이 됐고, 현재도 선수단 내부에서는 불화설이 심심치 않게 터져나오고 있다. 화이트삭스는 2010년대에도 이미 10년 가까운 탱킹을 버텨왔는데, 2020-21시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잠깐 반등하는듯 하다가 다시 최악의 팀으로 추락하며 팬들을 절망에 몰아넣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화이트삭스의 불명예 기록행진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화이트삭스는 6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AL 서부지그 5위, 63승 93패), 디트로이트 타이거스(AL 중부지구 3위, 82승 74패)와 각각 3연전을 치른다. 현재도 5연패중인 화이트삭스가 남은 경기에서 얼마나 승수를 추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화이트삭스는 당장 24일 에인절스전을 비롯하여 남은 6경기에서 단 한 번만 더 패해도, 뉴욕 메츠와의 타이 기록을 뛰어넘어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패팀'에 단독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또한 애슬레틱스의 역대 최저승률 기록을 피하려면 최소한 3승 이상(.236 이상)을 추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올시즌 팀 최다연승도 3연승에 불과한 화이트삭스에게 최다패 기록경신은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 여기에 2승 이하 혹은 전패한다면 20세기 이후 역대 최저 승률 신기록까지 독식하게 된다. 여러모로 구단의 대표적인 흑역사인 블랙삭스 스캔들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화이트삭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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