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매체 "북중 관계, 자르려해도 못끊고, 다듬어도 더 헝클어져"
중국 수뇌부의 동향에 밝은 홍콩 매체가 23일 최근 북·중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옛 시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홍콩 성도일보는 '중국관찰'이란 기사에서 지난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국경절(9 ·9절) 축전에 보낸 답전을 소개하면서 양국 관계를 “끊으려야 끊을 수 없고, 정리할수록 더 헝클어진다(剪不斷 理還亂)”고 묘사했다.
중국 오대십국(五代十國) 시기 남당의 마지막 황제였던 이욱(李煜, 937~978)이 이별을 노래한 한시 ‘오야제(烏夜啼·까마귀 우는 밤)’에 나오는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시 주석에 보낸 답전에서 “북·중 친선을 끊임없이 공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북·중 두 나라 인민의 공동 염원”이라면서도, “충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합니다”고 했던 2022년 답전과 달리 '충심'이란 표현을 뺐다.
성도일보는 본지가 보도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중국은 숙적(9월 20일 자)”, “중국 눈치 보지 말라(7월 31일 자)”도 인용해 보도했다. 7월 북한의 한국전쟁 정전 71주년 기념식에 주 북한 중국대사(왕야쥔)가 러시아·베트남 대사와 달리 이례적으로 불참했던 사실도 지적했다.
매체는 북·중 사이엔 "은혜와 원한이 교차했다"며 불편했던 과거사도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마오쩌둥(毛澤東) 시기에는 ‘북·중 우호협조 상호원조 조약’을 체결해 동맹을 맺었지만, 북한이 중국과 소련 사이를 오가면서 중국과의 의견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성도일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1991년 김일성에게 “중국과 북한은 형제다. 그렇다고 동맹은 아니다”라고 말한 적 있고,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이 은퇴 후 “작은 김(小金, 김정일), 이 사람은 무척 교활하다”라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매체는 북·중이 서로 필요한 존재라고 평했다. 북한은 체제의 전복을 막기 위해 ‘오랜 형’을 공개적으로 반목할 수 없으며, 중국도 지정학적 이유로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중은 어떤 모순도 공개할 수 없고, 겉으로는 전통 우호를 크게 말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라며 “더구나 올해는 북·중 수교 75주년이자 북·중 친선의 해”라고 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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