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출근하고 싶은 회사, 여기 있습니다
[장혜령 기자]
▲ 영화 <새벽의 모든> 스틸컷 |
ⓒ (주)디오시네마 |
▲ 영화 <새벽의 모든> 스틸 |
ⓒ (주)디오시네마 |
그는 평범한 일상 중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를 받아들인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다. 이후 전철도 타지 못하고 미용실도 가지 못한다. 외식은 꿈도 꿀 수 없고 걸어서 갈 수 있는 장소까지만 가능한 인생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쿠리타 과학에 취직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트 대회에서 메달도 따고 여자 친구도 사귀며 활발한 활동을 했었지만 지금은 집 앞 편의점에 가는 것도 고민해야 하는 정도로 심약해져 버렸다. 삶의 의지도 목표도 희미해져 버린 지금, 원래대로 돌아갈 길은 아득하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걱정만 커진다. 약을 먹고는 있지만 언제 어디서 발작이 시작될지 몰라 내내 전전긍긍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발작이 시작되었다. 급하게 약을 찾다가 사무실에서 쓰러진 야마조에를 본 후지사와는 동병상련 마음이 들었다. 결국 서로를 돌봐주며 그 녀석(마음의 병)이 불쑥 튀어나오지 않게 지켜주자는 암묵적 동의가 성사되기에 이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힘들 때면 주말에도 출근해 위로 받는다. 세상의 끝에 겨우 매달린 기분이었는데 가느다란 동아줄을 찾아 기쁘다. 두 사람은 동료, 친구, 선후배 이상의 가까운 존재가 되어간다.
▲ 영화 <새벽의 모든> 스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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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관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둘은 심인성 고충이란 연결고리로 친해져 서로를 알아간다. 호감의 기류는 느껴지는데 애틋한 사랑은 찾아볼 수 없어 정갈하다. 질환의 종류와 경중을 떠나 순수하게 도우려는 친절이 전달된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타인을 보듬어주는 우정이자 내가 겪은 상황을 남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배려다. 한 달에 한 번 PMS를 겪는 여성과 늘 공황장애를 안고 사는 남성의 연대는 일의 기쁨에 버금간다.
자기 몸과 마음인데도 통제하기 힘든 사람들의 고초를 들여다본다. 한창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도 모자란 시기에 벽에 부딪힌 청춘은 잠시 쉼을 선택하게 된다. 남들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 여기서 멈춘다면, 천천히 걸어간다면, 뒤처지는 건 아닐까 싶었던 조바심이 공황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괜찮겠지 넘겼던 하루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일상을 쥐고 흔들며 인생까지 갉아먹는다.
▲ 영화 <새벽의 모든>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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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찍고 편집해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 16mm 필름을 고집하는 감독의 소신은 이번에도 통했다. 돈과 시간을 들여 극장을 찾는 관객을 위한 선물을 같은 영화다. 온기 가득한 질감은 아련한 추억과 노스탤지어를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 쉽게 일어설 수 없는 여운이 오랜 잔향을 남긴다. 영화가 끝나도 그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을 것 같은 엔딩크레디트가 인상적이다. 힘들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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