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에 300% 돈 주며 일 시키는 中…"한국기업 위기의식 부족" 경고
"변화 대응 늦어…현지화 전략 강화 시급"
"중국은 이제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한국을 앞서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 한국 기업인의 이 한마디는 현지에서 느끼는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인 3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에서 이들은 "중국 기업의 급속한 성장과 혁신이 한국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중 갈등 여파 속에서 중국은 기술 혁신과 산업 성장 속도를 올리며 한국을 추월하거나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 배터리, 석유화학, 항공, 유통, 게임, 바이오, 금융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인들은 중국 현지에서 체감하는 급변하는 환경과 한국 산업 위기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이들은 "중국 부상에 따른 위기감을 중국 현지에서는 60~70%가 인식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30~40%에 불과하다"고 했다.
중국, 기술과 속도로 압도…엄격한 규제에 발 묶인 한국
한 자동차 부품사 법인장은 "중국에서는 기술완성도가 70~80%만 되어도 바로 시장에 투입해 시장 반응을 바탕으로 기술 개량에 나선다"며 "한국에서는 규제가 많아 시장 선점에서 뒤지고 혁신에서도 지체된다"고 했다. 현지 기업인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의 경우 미국 테슬라는 중국 일부 지역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데이터 시스템 부재와 데이터 이동 제한으로 한국 센터를 활용할 수 없어 중국에서 시험주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법인장은 "중국에선 정부 직접지원으로 많은 기업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데 약 90%는 완성차를 만들지도 못하고 정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의 기술과 고급인력을 남은 10% 기업이 흡수하고,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하면서 산업발전에 속도를 낸다"고 했다. 한 자동차 부품사 법인장은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 비야디(BYD)는 비용 절감을 위해 6개월마다 부품별 5~6개의 납품업체를 납품 비용을 기준으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석유화학 업계 한 법인장은 "중국 내에서 한국 대기업이 이름 모를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규모밖에 안 된다는 말도 있다"며 "중국 기업들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고 업종 생태계가 촘촘히 갖춰져 있어 점점 경쟁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 기업들의 급성장을 가능케 한 요인 중 하나로 유연한 근로 환경과 빠른 의사 결정이 꼽힌다.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추가 근무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혔다고 한다. 중국의 대부분 IT기업은 오후 11시께 퇴근한다. 법정근로시간이 있지만 실제로는 돈만 주면 일한다고 한다. 초과 근무의 경우 매일 잔업은 150%, 주말엔 200%, 공휴일엔 300%의 임금을 준다.
한 전자 업계 법인장은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유연한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혁신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선 근로 기본 시간은 주당 40시간이고, 초과 근무 월 최대 36시간에 추가 시간을 더해 근로시간을 운영한다"며 "주당 150시간도 가능하다"고 했다. 자동차업계 법인장은 "보상만 해주면 직원들은 몇 주 정도는 아예 밤을 새우면서 일에 집중한다"며 "일에 속도가 나면서 따라서 혁신 아이디어는 즉각 현실화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엄격한 근로시간 규제와 노사 협의 과정으로 인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작은 변화도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그 사이 시장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중국 정부의 산업 육성 전략도 큰 역할을 한다. 신기술 분야에서는 초기 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이 성숙하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때 규제를 도입하는 방식을 취한다. 은행 중국 법인장은 "중국 정부는 전고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기술과 산업이 성숙할 때까지 규제하지 않다가 시장이 성숙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는 시점에 개입한다"며 "이는 신산업 분야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 된다"고 했다.
한국 기업, 현지 맞춤형 대응 전략 필요
현지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문화 혁신, 신속한 의사 결정 체계 구축, 현지화 전략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해 기업들을 지원하고, 중국과의 고위급 교류를 확대해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한 기업인은 "중국과 초격차를 늘리라고 주문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고 우리가 오히려 뒤처진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라며 "중국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항공업계 중국 법인 임원은 "중국업체는 수요 변화에 따라 요금을 유연성 있게 조정하지만 한국은 의사결정 과정의 관료화와 중국 편견으로 수개월이 걸린다"며 "한마디로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무역협회는 이번 인터뷰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오는 11월 말 관련 포럼을 개최해 심층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어떻게 담뱃갑에서 뱀이 쏟아져?"…동물밀수에 한국도 무방비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