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매년 계단을 만들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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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이자 개업 변호사로 살고 있다.
나 같은 프리랜서이자 자영업자는 매년 계단을 만들며 살아야 한다.
스스로 딛고 올라설 수 있는 계단을 매년 하나씩 만들지 않으면, 그다음에는 낭떠러지가 있을지 내리막길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덕분에 저작권 칼럼 기고나 강연을 많이 할 수 있었고, 개업 변호사로서 저작권 분야의 전문성을 쌓는 데 의미 있는 계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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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내다보고 한계단씩 올라야
나는 작가이자 개업 변호사로 살고 있다. 나 같은 프리랜서이자 자영업자는 매년 계단을 만들며 살아야 한다. 스스로 딛고 올라설 수 있는 계단을 매년 하나씩 만들지 않으면, 그다음에는 낭떠러지가 있을지 내리막길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올해는 한탕 벌고 없어지거나 소모되면 그만인 해가 아니라, 내년으로 갈 수 있는 계단이 되어야 하는 해다.
계단을 만드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은 단골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조금씩 신뢰를 쌓고 단골을 하나씩 만드는 것은 가장 흔하고 널리 알려진 '계단 만들기'의 방법이다. 고객이 생겼다고 해서 가성비 좋게 최대한 뜯어내려고 하면, 매번 그 순간 버는 돈 말고는 아무것도 없게 된다. 그는 매번 새 고객을 구해서 등골을 빼먹어야 하는데, 항상 순진한 고객을 새로 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방법은 조금 더 용기가 필요하다. 매년 조금씩이라도 새로운 일을 확장해보는 것이다. 사소하게는 카페에서 이전에 없던 메뉴를 만들어보는 법이 있다. 커피만 팔다가 팥빙수를 팔아보는 것이다. 그러면 여름의 새로운 매출과 손님을 얻는 계단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계단 만들기는 '새로운 메뉴 추가' 같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지점 확장이나 새로운 업종에 도전하는 일 등처럼 그 범주가 매우 넓다.
나에게는 작년에 쓴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이라는 책이 좋은 계단이 되었다. 덕분에 저작권 칼럼 기고나 강연을 많이 할 수 있었고, 개업 변호사로서 저작권 분야의 전문성을 쌓는 데 의미 있는 계단이 되었다. 이런 계단을 만들지 않으면, 그냥 들어오는 사건만 해치우고 돈 벌고 끝난 해가 되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30년은 이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런 소모적인 방식은 그리 현명하지 않다.
부지런히 자기 일을 알리고자 애쓰는 것도 일종의 계단 만들기에 해당한다.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세상에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특히, 요즘처럼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를 알리고자 하는 시대에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찾아와주길 바라는 건 일종의 오만이나 헛된 희망에 가까울 수 있다. 다들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그토록 애쓰는데, 별 노력 없이도 나에게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거라 믿는 건 게으름이나 오만, 회피에 가깝다.
출판사 편집자의 말에 의하면, 나는 열심히 '발로 뛰는' 작가라고 한다. 작가 중에는 그냥 원고만 주고 그 뒤로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니면 책 판매에 관해서는 출판사 탓만 하며 마케팅 요구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책이 나오면, 일종의 의무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한 동안 발로 뛴다. 열심히 SNS로 알리고, 북토크를 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책을 선물한다. 그것이 내 글을 알아봐 주고 나를 믿어주고 내 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준 편집자와 출판사에 대한 예의라고도 믿고 있다.
한 땀 한 땀 매일매일 벽돌을 쌓듯, 내년으로 가는 계단들을 만들지 않으면, 폐업하고 문 닫아야 하는 게 자영업자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 나는 한 철 장사하고 접을 게 아니라, 앞으로 30년은 일하면서 30계단 그 이상을 올라야 한다. 그렇기에 더 깊은 신뢰를 쌓고, 더 용기를 발휘하며, 내가 언제나 이렇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말해야 한다.
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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