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용산은 '尹∙韓 독대' 거부…한동훈은 '3자 회동' 거부

박태인 2024. 9. 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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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의 24일 만찬을 앞두고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당·정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24일 만찬에서 “의·정 갈등을 해소하려면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과의 독대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대표 측 인사는 “밥만 먹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의료 공백을 해결할 골든 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생각은 다르다. 24일 만찬은 윤 대통령의 체코 원전 세일즈 성과를 공유하고, 의료개혁에 대한 당·정의 결속을 다지는 화합의 자리라는 것이다. 독대도 부정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대통령의 당 지도부 격려가 24일 만찬의 핵심이다. 여기에 충실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만찬이 담판의 형식이 돼선 곤란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내일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한 대표와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 대표와 독대를) 꼭 내일 해야만 독대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독대와 관련해 추후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언론에 공개된 점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독대는 언제든 가능하지만,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과 당 대표의 독대는 긴요한 이야기를 나눌 때 하는 것인데, 언론에 알려지면 그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당·정 갈등설에 대해선 “당정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나온 것으로 불협화음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협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계속 소통하고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30일로 조율됐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도 그에 앞서 한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당·정간 이견이 표출되며 24일로 연기된 측면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대표 및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와 만찬회동을 앞두고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엔 당대표 경선에 참여했던 원희룡, 나경원 후보도 참석했다. 사진 대통령실

대통령실에선 24일 만찬 전 독대 대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3인이 잠시 차담회를 하는 방안을 한 대표 측에 제안했었다고 한다. 한 대표 요청을 일정 부분 수용하되 형식을 달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대표 측에서 부정적 의사를 밝히며 이 역시 무산됐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내일 윤 대통령의 보고 일정이 밀려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했던 제안”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독대 무산 소식이 전해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윤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내일 만찬 회동에는 당에서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최고위원들,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원내수석부대표, 수석대변인, 원내수석대변인, 당대표 비서실장, 원내대표비서실장 등 16명이 참석한다. 대통령실에서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3실장과 함께 주요 수석비서관이 배석할 예정이다.

동훈 국민의힘 대표(가운데)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이 지난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체코로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기 전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가 무산되고, 제3자가 함께 배석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두 사람 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드러내는 방증이란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30일 한 대표 요청으로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한 대표와 1시간 3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당시도 가교 역할을 했던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독대하면 언론에 어떤 말이 어떻게 흘러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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