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돌파구 찾는 삼성, UAE에 반도체공장 설립 추진
국부펀드 등서 134조원 투입
세계1위 TSMC 추격 승부수
이재용-UAE 왕가 관계 친밀
산업 용수·美 설득 등은 과제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1, 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기회의 땅’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새로운 반도체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들 기업은 UAE에서 오랜 기간 인적 네트워크를 단단히 쌓고 긴밀히 협력해왔는데, 더욱 치열해진 파운드리 경쟁을 예고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TSMC와 삼성전자가 UAE와 대형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각사 최고 경영진이 최근 UAE를 각각 방문해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립하는 내용을 살펴, 이 계획이 곧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장을 설립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UAE가 운영하는 국부펀드 ‘무바달라’ 등이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도 매체는 덧붙였다. UAE는 TSMC와 삼성전자의 공장 등 반도체 산업단지를 세우는 데 총 1000억달러(약 134조원)가 넘는 자금을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설비 유치를 통해 자국을 중동의 인공지능(AI) 거점으로 세우겠단 야심 찬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UAE는 그간 세계적인 산유국으로서의 입지가 두터웠지만 최근 AI가 세계 경제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반도체 관련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월엔 샘 올트먼이 이끄는 오픈AI에 UAE와 투자자들이 최대 5~7조달러의 거대 자금을 투자할 것이란 후문이 나와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2008년에는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으로 전환된 AMD에서 분사한 제조 사업부를 UAE가 인수 후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았지만 끝내 실현되지는 않았다.
삼성전자는 UAE에 공장을 지으면서 파운드리 경쟁의 활로를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파운드리 2위에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가 발표한 상위 10개 파운드리 업체 2분기 점유율에서 11.5%를 기록했다. 1분기 11.0%보다는 조금 상승했지만 1위 TSMC(62.3%)와의 격차는 50.8%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추격에 동력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경쟁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메모리 제품들의 생산을 파운드리 공정기술과 결합해 승부수를 띄우겠단 전략을 세운 것으로도 전해진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UAE가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UAE 왕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2022년 삼성전자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낙점했던 이 회장은 올해도 UAE와 관련된 행보를 적극적으로 밟아왔다. 지난 2월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 하루 만에 UAE로 가는 비행기에 탔다. 지난 5월에는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을 만나 투자와 협력 사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다만 UAE 공장 건립이 실제로 이뤄지기 위해선 몇 가지 난관을 넘어야 한다. 우선 용수 문제가 있다. 반도체 공장이 세워지면 현장에서 사용되는 물을 공급하기가 UAE 현지는 용이하지 않다. 반도체는 제조 때 실리콘 웨이퍼를 헹구는 등의 용도로 불순물을 제거한 초순수 용수가 필요하다. UAE의 물 대부분은 담수화를 통해 거친 해수로 상당한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 아직 UAE는 이와 관련된 설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UAE를 통해 중국으로 반도체 기술이 넘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의 주요 무역국인 UAE를 통해 무역 제재가 뚫릴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TSMC와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도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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