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누가 되든, AI 반도체 패권 경쟁 심화"
"배터리는 IRA 혜택 축소 대비해야"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이 축소돼 한국 기업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가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미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의 중국 견제와 자국 내 투자 확대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 산업계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누가 당선되든 미·중 패권 경쟁은 반도체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등 첨단 기술 분야로 확전될 것"이라며 "특히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국가 간 경쟁뿐 아니라 엔비디아 연합과 미국 IT·첨단기업 중심의 반(反)엔비디아 연합 간 대결 구도로 발전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양당 반도체 정책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은 동맹국과의 클러스터 중심으로 반도체 패권을 추구하고 공화당은 자국 중심 접근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당선될 경우 동맹국과 함께 첨단기술 수출 통제 기구인 'COCOM 2.0'을 결성해 중국을 압박하고, 반도체법(Chips Act) 개정을 통해 자국 내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COCOM은 1949년 미국을 중심으로 결성한 수출 통제 기구다.
공화당이 집권하면 자국 중심의 투자 확대와 동맹국 투자 요건 강화를 통해 반도체와 AI 기술 우위를 지키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고성능 AI 전용 메모리칩 개발과 선행 기술 확보, 표준 및 로드맵 설정 등에서 미국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내 메가 클러스터 생태계 확충과 차세대 기술에 대한 중장기적인 연구개발(R&D)과 인력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게리 클라이드 허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반도체 투자에 기여한 반도체법은 유지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사회복지 지출에 관심을 두는 해리스 부통령보다 보조금을 확대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대통령 임기 동안 반도체 산업의 주요 관심사는 AI가 될 것"이라며 "고성능 반도체와 인재 확보가 필수인데,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 두 가지를 중국으로부터 철저히 차단하는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향후 반도체 첨단 장비의 중국 내 반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 시 반도체 투자 지원이 자국 기업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주요국처럼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창환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누가 당선되든 미국은 초격차 반도체 개발을 위해 한국, 대만,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과의 연합을 강화할 것"이라며 "특정 분야에서 예상치 못하게 중국과 화해하는 시나리오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IRA 혜택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화상연결로 주제발표에 나선 '배터리 전쟁'의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IRA 시행 후 2년 동안 리튬 광산과 배터리 공장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약 125개 프로젝트가 추진됐고, 투자 금액만 950억달러(약 128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배터리산업은 미국 기업들이 채굴한 리튬을 활용할 수 있다"며 "양국 기업과 대학 간 공동 R&D 추진과 한국 배터리 연관 스타트업들이 미국 벤처자본과 연계할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IRA 수혜지역에 공화당 지지세를 고려하면 법안 폐지는 쉽지 않다"면서도"행정 권한을 통한 IRA 후퇴가 현실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가 재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정책은 지속될 것이므로 배터리 원료와 소재의 내재화, 조달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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