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순정남' 고윤 "공진단으로 10년 만에 이름 얻었죠" [엑's 인터뷰①]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공진단 역할을 하게 돼 큰 영광이고 감사했습니다. 저는 공진단을 너무 하고 싶어서 이 드라마가 2부라도 연장되길 그 누구보다 바랐어요. 끝난 게 너무 아쉽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저를 기억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게 감사하고, 댓글도 거의 다 찾아봤어요.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배우 고윤은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로 자신을 응원해 준 시청자들을 향한 인사를 전했고, 시종일관 조곤조곤한 말투로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들려줬다. 인터뷰 후엔 머물렀던 자리를 깔끔히 정리하는, 예의 바른 청년의 모습을 한 그는 KBS 2TV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극본 김사경/ 연출 홍석구 홍은미) 속 공진단과는 딴판이었다.
극 중 공진단은 톱스타 박도라(임수향 분)를 향해 직진하는 엔젤투자그룹 대표로, 박도라의 작품에 투자하며 돈으로 환심을 사려하는 인물이다. 출생근본에 열등감이 있고 자기중심적인 데다 다혈질인 공진단은 급기야 박도라를 향한 집착으로 사고까지 낸다. 고윤은 '밉상' 굴욕 연기를 소화하면서 공진단을 악하지만은 않게, 얄밉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았다.
고윤은 11년 연기 인생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역할은 처음이라며 50부작의 긴 호흡 작품을 보내는 것에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는 "저한테는 인생캐릭터였던 것 같다. 역할도 점점 중요도가 커져서 그런 롤을 주신 것에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시청자들이)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인사했다.
작품 속 공진단의 행각들은 '서브 남주'라는 생각을 쉽게 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자 주인공을 괴롭게 만든다. 인물 소개부터 '열등감', '집착' 등의 단어가 나옴에도 고윤은 "안 할 이유가 한 가지도 없었다"며 공진단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저도 오디션을 봐서 된 거라 뽑아주신 것에 무한한 감사를 드릴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작품 중반 후에 진단이가 집착이 점점 심해지면서 스릴러, 치정극 같아지기도 하는데 배우로서 언제 이러한 임팩트를 끼쳐보겠는가 했다. 진단이 때문에 작품의 결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나. 큰 롤을 주셔서 감사하고, 나쁘지 않게 했기 때문에 귀엽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어 뿌듯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고윤은 올해 선보인 '화인가 스캔들'에서도 빌런을 맡았다. '화인가 스캔들'에서도 형 김용국(정겨운 분)에게 열등감이 있는 김용민 역을 연기한 그는 공진단과 각각의 차이점을 밝혔다. 고윤은 "둘 다 서자고, 재벌 2, 3세인데 회사 내에서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적다. 용민이가 아픔 쪽으로는 더 컸다고 생각한다. 둘 다 형에 대한 애정결핍이 있다. ('화인가'에선) 정겨운 형한테 무시당하고, 여기선 박상원 선생님한테 환대받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짚었다.
고윤은 "용민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빠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대 빌런이야' 주문을 걸었고, 진단이는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 쟤 저럴 수도 있어', '쟤 짠하다', '나도 진단이라면 저렇게 할 것 같아'할 수 있도록, 그 부분을 다르게 연기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진단을 연기한 입장에서 본 공진단은 "너무 착하다"는 의외의 답을 하기도 했다. 고윤은 "생각해 보면 진단이는 늘 당한다"며 투자 명목으로 나간 돈만 수십억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돈 빌려달라고 하면 턱턱 빌려주고 이런 거 자체가 진단이는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계획하고 행하는 게 아니고 화나면 화내고 좋으면 좋다고 하고, 여지를 주면 꼬리를 흔든다"며 '불쌍한 사람'이라고 자신이 이해한 캐릭터에 대해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공진단은 시청자들의 분노'만' 부르진 않았다. 귀여움을 얻기도 했는데, 고윤은 되레 시청자 반응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얄팍한 아이디어로만 현장에 가져가서 순발력으로 웃기려고 했는데, 어느 시청자분이 '공진단은 로켓단 같다. 밉지 않고 허술하고, 나오기 기다려진다'는 말을 한 것에 큰 힌트를 얻었다"며 이 부분을 연구해 발전시켰음을 밝혔다.
또 고윤은 공진단을 두고, "저한테 10년 만에 이름을 준 캐릭터"라며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는 "일반 대중이 이 작품 전까진 저를 몰랐었다. 유명인 아들로만 알고 배우로선 인지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드라마 중반 지나고부턴 '공진단이다', '고윤이다' 해주셨다. (연기한 지) 10년 만에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라며 웃었다.
메리트가 큰 KBS 주말극 '미녀와 순정남'이 방송되기 전, 그는 작품을 통해 인지도를 넓히는 게 계획이라고 밝힌 바. 공진단을 통해 이를 이루게 된 고윤은 '미녀와 순정남'이 제게 '이름'을 남겨줬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고윤은 딱딱한 연기만 가능해', '느와르나 장르물만 잘해' 이런 인식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엔 있었는데, 갑자기 반응이 바뀌었다. '쟤가 코믹도 되네' 이런 반응들이 나와서, 또 하나의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리게 해 준 감사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배운 건 너무 많다"며 한참을 생각한 고윤은 "이제 하나 해낸 느낌이다. 다른 주인공 하시는 배우 분들은 얼마나 많은 작품 했겠나"라며 이날 이동 중 SNS를 통해 타 배우가 하나의 역할을 위해 했던 노력들을 봤다며 감탄한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캐릭터 반응이 많았던 분도 하나하나 쌓아서 지금의 '믿보배'가 됐는데, 저는 이제 겨우 하나 했다. 이런 것들을 10개, 15개 해야 책이 들어오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얼리버드 엔터테인먼트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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