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정담]서유석 협회장 "자본시장의 디딤돌되기를…국민 행복·부자 노후 위해"

유현석 2024. 9.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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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인터뷰
후배들에게 "한 걸음 더 노력하면 결국 차이 생겨"
"디딤펀드 국민 노후 보탬될 것"
"자본시장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갈 길 멀어…글로벌과 경쟁해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을 걸으며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말단 직원부터 시작해 대표로 그리고 이제는 업계를 대변하는 협회장이 된 사람이 있다. '샐러리맨의 신화'의 주인공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이야기다. 서 회장은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로 업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투자산업의 '역동성'과 '성장성'에 반해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그는 "업에 몸을 담글수록 자본시장은 직접 금융시장으로써 자금의 효율적인 배분을 수행하는 우리 경제의 심장이자 혈관임을 더욱 깊이 느낀다"며 "자본시장은 세상의 모든 변화가 시작되는 곳이자,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곳"이라는 애정이 어리며 인상 깊게 말했다. 아시아경제는 그와 함께 종로 일대를 걸으며 금융투자인으로의 추억과 금융투자업계의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유석 회장의 젊음과 함께한 공간 종로

꽤 널찍하고 탁 트인 풍경 속 야생화 등 다양한 식물들로 채워진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만난 서유석 회장은 "지점 근무 당시 경복궁 주변을 걷거나 경인미술관에 들러 차 한잔하면서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곤 했다"고 말했다. 이 공원은 예전에 일제강점기 식산은행 사택, 해방 후 미국 숙소, 미 대사관 숙소 등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공원으로 개방했다.

열린송현녹지광장 근방은 서 회장의 젊음과 함께 했던 장소다. 1999년 초창기 멤버로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한 서 회장은 명동 지점 개설 준비업무부터 맡았다. 명동지점장 시절 서 회장은 후발 주자임에도 터줏대감들을 제치고 인근 상권에 자금을 끌어 모았다. 뒤늦게 출발해 깐깐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서 회장은 나 홀로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광화문 주변에 근무할 때 직장 동료들과 한 번씩 찾던 '원흥(元興)'이라는 중국집 노포가 있다"고 회상했다. 고기튀김과 짬뽕이 유명한 중국집에서 지점 직원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던 열정 많은 증권맨이 겹쳐 보였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 꽃밭길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지점장으로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승승장구한 끝에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으로 취임했다. 종로구 그랑서울에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에서 도보로 15분이면 열린송현녹지광장에 도착한다. 그는 "최근 협회 임직원들과 주변을 들렸다가 옛 생각에 중국집을 다시 찾았다"며 "상호명 '원흥(으뜸으로 흥하다)처럼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말했다.

서유석 회장은 1962년생이다. 배재고등학교,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재무관리 석사를 받았다. 1988년 대한투자신탁에 입사해서 2005년 미래에셋증권 마케팅본부장·리테일사업부 대표·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 등을 거쳐, 2010~2012년은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을 지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 상장지수펀드(ETF) 총괄 사장을 거쳐, 2016~202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우리나라 ETF 시장의 1세대로 꼽히기도 한다. 2023년부터는 제6대 금융투자협회를 맡고 있다.

일개 직원에서 금융투자업계의 대변자로…"소통 그리고 노력"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두런두런 대화하며 경인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인사동 안에 있는 경인미술관은 번화가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즈넉했다. 한옥의 고풍스러움을 간직한 채 말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잠깐이라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서 회장의 이야기 그대로였다.

일개 직원으로 시작해 협회장까지 오른 그는 후배들에게 '원 스텝 퍼더'(One Step Further,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면 나중에 결국 차이를 만든다"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자세와 끝없는 열정을 가지면서 스스로의 삶에 주인이 돼 최선을 다하고 목표를 향한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력하는 것과 더불어 그는 후배들에게 소통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다닌다. 그는 "소통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며 "할아버지가 손자에게는 자신을 낮춰 그 누구보다 허울 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열린 마음으로 직장 동료들의 말을 경청해야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재천 작가의 저서 '숙론' 구절을 인용했다. 그는 "숙론은 '누가 옳은가?'가 아닌 '무엇이 옳은가?'를 찾고 서로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다름을 숙고하고 차이를 다듬는 과정"이라며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가는 세상에서 대부분의 문제는 소통의 부재로부터 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디딤펀드와 밸류업…"결국 국민의 행복으로 가는 길"

40년 가까이 금융투자인으로 살아온 그가 협회장이 된 이후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디딤펀드'다. 디딤펀드는 국민들의 은퇴 후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디딤펀드라는 공동 브랜드로 이달 25일 25개 자산운용사가 출시한다.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선임 된 후 가장 공을 들였던 '디딤펀드' 출시가 코앞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있을 때 느낀 점이 변동성이 큰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생각해보니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디딤펀드는 수익률 측면에서는 다른 공격적인 펀드 대비 밋밋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직장인이 은퇴할 때 충분한 재산을 형성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입니다."

디딤펀드는 연기금 및 공제회의 분산투자 운용방식과 유사한 자산배분전략을 활용한 상품이다. 장기 연금투자에 효과적인 밸런스펀드를 발굴해 근로자의 연금상품 비교·선택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TDF(Target Date Fund) 대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목표로 한다. 그는 디딤펀드의 출시가 가져오는 가장 큰 장점을 '투자자들의 선택지 확대'라고 설명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 종로구 한 미술관 야외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디딤펀드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TDF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상품이 되길 바랐다. 그는 "디딤펀드를 출시하는 운용사 25곳은 디딤펀드를 성장시켜 투자자의 선택지를 늘려줘야 한다"며 "이를 통해 디딤펀드가 TDF처럼 성장해 사람들에게 TDF는 '공격적', 디딤펀드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공모펀드 상장에 대해서는 중·소형사도 참여할 수 있게 한국거래소에 허들을 낮춰달라는 요청을 하고있다. 상장 공모펀드는 ETF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상장 공모펀드는 일반 펀드 상품 대비 가입과 환매 절차와 기간 등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중·소형 운용사가 참가하는데 허들 문제가 없게 계속해서 거래소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A클래스(오프라인 가입)나 C클래스(온라인 가입) 상품이라도 설정액이 증가하면 X클래스(상장 공모펀드)로 전환할 수 있게 하거나 애초에 설정액을 좀 낮추는 방안 등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본시장 밸류업도 그가 신경 쓰고 있는 분야다. 금융투자협회는 자본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 '자본시장 밸류업 TF'를 발족했다. 최근에는 요시오 호리모토 일본금융청 국장을 초청해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에서 성공의 길을 배웠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컨트롤타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본부' 회의에 대부분 참석했다. 본인이 이야기를 청취하고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해외 기업설명회(IR)에서는 위원회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본인이 적극적으로 세일즈를 하는 등 전향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강력한 추진이 결국 일본 국민들의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ISA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전향적으로 생각해줬으면"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 일 것 같습니다.

"ISA의 경우 혁신적으로 개편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의 소액투자비과세(NISA)처럼 말이죠. 일본은 NISA 계좌를 통해 거래할 때 발생하는 수익이 비과세입니다."

즉, ISA 개정안이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는 평가다. 현재 ISA 연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는 각각 2000만원과 200만원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4000만원과 5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최근에는 납입 한도 최대 3억 그리고 비과세한도 무제한을 제안하는 의원안도 발의됐다.

또 주니어 ISA도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냈다. 일본이나 영국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주니어 ISA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상장주식과 투자신탁 등 자본이득과 배당 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준다. 그는 "18세 이하는 본인들이 직접 운용하지 못하는 만큼 주니어 ISA를 통해 추후 학자금 등 사회를 준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며 "증여세 면제 등의 혜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서울 종로구 한 찻집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금투세 원안의 경우 세금과 관련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는 만큼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투세의 경우 정치권에서 빨리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지금 원안에서 과세 부분에 문제가 있는 만큼 그 부분을 꼭 해결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투세의 경우 우리 회원사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있는 등 꼭 어디가 맞다고 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원안대로 되면 펀드 분배금의 경우, 그 원천에 상관없이 주식매매 차익이나 평가 차액 모두 배당 소득으로 보고 합치는 건데 그렇게 되면 원천징수와 함께 종합과세까지 부여되는 만큼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증권사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 탄생하고 자산운용사의 경우 ETF 시장규모가 150조원을 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죠. 우리나라 산업으로 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비롯해 현대차와 같은 자동차 및 방산 등에서 탑티어의 회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대등하게 겨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니까요. 사람의 문제 혹은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금융투자산업이 글로벌 탑티어에 갈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바로 직전까지 몸담았던 자산운용업계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ETF 시장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경쟁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자기 회사만의 특색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못하고 이미 상용화된 것을 따라가봤자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보호 측면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빚투 하지 말아야…대한민국의 편안한 노후 위해 노력할 것

투자자들에게는 빚투를 하지 말고 투자금의 일부는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빚투를 하게 되면 마음이 조급해져서 견딜 수 없고 투자금이 있더라도 한 번에 쏟아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상승 사이클이 무조건 오기 마련인데 그 전에 돈을 모두 쏟으면 그 시기를 누릴 수 없는 만큼 투자금의 30%는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익률 000% 보장' 등 수익률 현혹 등에 빠지지 말아야 된다고 조언했다. 서 회장은 "은행의 예·적금 금리보다 높으면 무조건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며 "그렇게 수익률을 강조하면 그만큼 숨겨진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임기는 이제 1년3개월 정도가 남았다. 그는 임기 마지막까지 국민들의 노후가 편해질 수 있는 그런 방안들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갈 예정이다. 서 회장은 "항상 부러웠던 게 미국 직장인들이 주식투자나 연금을 바탕으로 은퇴 시점에 가면 백만장자가 되는 등 노후 준비가 잘된 부분"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멀어 보이지만 디딤펀드 등을 통해 국민 노후가 좀 편안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노력은 미래의 성장을 위한 주요한 밑거름이 돼 언젠가는 성과를 꽃피울 것이라 믿는다"며 "디딤돌처럼 국민의 은퇴 준비를 해결하는 데 도울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담=이선애 증권자본시장부장

정리=유현석·박형수 기자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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