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사범 1415명 검거…그 뒤엔 경찰 '언더커버' 있었다
텔레그램 채널을 만들어 딥페이크 성범죄물 1380여개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 10대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딥페이크 영상물을 텔레그램에서 판매한 A(18)군과 B(19)군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는 등 총 27명을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A군이 만든 텔레그램 채널에서 불법 합성물을 구매한 20여명 역시 모두 10대들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은 경찰의 위장수사로 적발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021년 9월 14일부터 총 515건의 위장수사를 진행해 1415명(구속 94명)을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경찰이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검거할 때 필요한 경우 활용하는 수사 기법이다. 위장수사는 ▶단순히 경찰 신분임을 밝히지 않고 관련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하는 ‘신분 비공개수사’와 ▶아예 판매자나 구매자인 것처럼 신분을 위장해 범인에게 접근하는 ‘신분 위장수사’로 나뉜다. 마약 조직원으로 신원을 위장해 장기간 마약 카르텔에 잠입해 총책 등의 범죄 증거를 수집하는 ‘언더커버’로도 불린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찰은 신분 비공개수사로 397건(920명 검거‧38명 구속)을 적발했고, 신분위장으로는 118건(495명 검거‧56명 구속)을 검거했다. 이 중 아동·청소년성착취물 판매‧배포 범죄가 전체의 77.7%인 400건을 차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위장수사는 텔레그램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보안 메신저 등을 이용한 범죄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피의자를 특정·검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범죄 양상에 따라 위장수사를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한해서만 적용할 수 있어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 등을 수사하는 데엔 한계가 있단 이유에서다. 최근 텔레그램에서 이뤄진 딥페이크 성범죄물 범죄는 ‘지능방(지인 능욕방)’이나 ‘여군방’ 등 나이와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텔레그램 등 위장수사는 일종의 우범지대 순찰처럼 여기는 게 맞다”며 “뒤늦게 피해 신고를 받고 상황 파악에 나서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범죄를) 예방하는 게 중요한 만큼 위장수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위장수사는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등에 대한 인권침해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와 관련해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불필요한 인권침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상급기관에서 수사 방식을 조율하거나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위장수사는 법적 통제 장치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다. 신분 비공개수사의 경우 미리 상급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신분 위장수사는 검찰의 청구 및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경찰은 위장수사 현장 점검을 통해 위법·남용 사례를 계속 확인하겠단 계획이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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