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외교장관 "러 위협, 국민에 투명한 정보 제공으로 극복"

박현준 2024. 9.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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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 브라제 라트비아 외교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라트비아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러시아는 첩보 및 암살 활동, 허위 정보 유포 등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 라트비아는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2024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고위급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바이바 브라제 라트비아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자국의 대응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구 약 180만명의 라트비아는 발트해 동부에 있다. 러시아와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와는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어 우크라이나전을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라트비아는 유럽연합(EU)과 나토(NATO)에 2004년에 가입했다. 지난 10일 브라제 장관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라트비아 대사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2024 REAIM’에서는 어떤 입장을 밝혔나.
A : 이번 기회에 한국을 처음 방문하게 돼 기쁘다. 라트비아와 한국은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두 나라는 거의 모든 지정학적 이슈에서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유엔 헌장을 지지하고 있는 유사한 입장이다. 양국은 1991년 9월 같은 날 동시에 유엔에 함께 가입한 인연이 있기도 하다. 인공지능(AI)의 군사적 활용에선 전 세계적인 규범이 있어야 한다는데 라트비아도 생각을 같이한다. 특히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선 AI가 아닌, 인간이 결정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AI는 이미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군사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는 우리 모두의 현실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 방어하는 과정에서도 AI가 목표 식별과 자동 타격에 사용된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상대적으로 더 큰 공격자에 맞서 대항할 수 있었다.

Q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라트비아엔 어느 정도의 위협인가.
A : 나토 회원국인 라트비아에 러시아가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진 않는다. 다만 유럽 전체의 맥락에서 러시아는 분명 위협적인 존재다. 라트비아는 다른 나토 회원국과 함께 협력해 전쟁이 확산되지 않도록 대응 중이다. 우크라이나에는 많은 유럽 국가들이 군사‧경제‧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도 사의를 표하고 싶다.

Q : 러시아 드론이 라트비아에 추락하는 사례가 있던데.
A : 라트비아에서 추락한 드론과 관련해서, 해당 드론이 러시아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고, 이란산 샤히드(Shaheed) 드론이었다. 단, 라트비아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과정에서 라트비아에 떨어졌고, 폭발물이 장착돼 있었지만, 다행히 폭발사고는 없었다. 폴란드, 스웨덴, 핀란드, 루마니아에서도 러시아의 불법 영공 침범이 보고되고 있다. 라트비아는 우려하되 겁먹지 않으며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Q : 러시아의 타국 침략은 빈번하다.
A : 라트비아는 사실 러시아의 '침략 도구'(Tool box)를 잘 알고 있고, 굉장히 익숙한 국가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물리적 수단뿐만 아니라 첩보 및 암살 활동, 허위 정보 유포 등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위협을 가했다. (이를 막기 위해) 라트비아는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모든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정보에 기반을 둔 사회가 허위 정보에 저항하는 데 더 강력하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교육과 훈련, 공공 인식을 우선시하고 있다. 라트비아는 사이버 보안 및 정보 처리 분야의 전문 기업들이 많이 소재하고 있으며, 나토의 전략커뮤니케이션 우수센터(NATO Strategic Communications Centre of Excellence)가 자리하고 있다.

Q : 한국과 라트비아는 어떤 협력을 할 수 있나.
A : 양국 국민 모두 굉장히 교육 수준이 높고, 근면 성실하다. 또한 라트비아와 한국은 모두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발트 법인이 현재 라트비아에 있는데, 앞으로 연구 및 개발(R&D) 센터로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면 양 국가에 상호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의 관계자들도 만나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간 경제 협력은 서로가 혁신 최전선에 있는 분야들인 핀테크, 항공우주, 나노기술 등 무궁무진하다.

Q : 라트비아는 물류의 중심지다.
A : 라트비아는 물류 및 운송의 허브다. 리가 항구의 경우 해상 5G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어떤 독일 관계자가 ‘우리가 하면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라트비아는 며칠 만에 하는군요’라고 놀라기도 했다. 라트비아 국적 항공사인 에어발틱은 발트해에서 가장 큰 항공화물 처리 센터를 리가 국제공항에 건축하고 있으며, 완성되면 라트비아는 다시 한번 선도적인 항공화물 허브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 항공사들도 항공화물 거점으로 눈여겨 봐주길 바란다.

Q : 한국에 대한 인상은.
A : 한국은 처음이다. 비무장지대(DMZ) 안의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다. 한국과 북한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알 수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안보와 평화가 얼마나 중요하고 큰 문제인가를 실감했다. 라트비아 또한 우리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상황을 고려할 때 안보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두 나라는 모두 어려운 역사를 겪어왔으며, 미래 세대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Q : 북핵에 대한 라트비아의 입장은.
A : 라트비아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지원하는 북한의 역할,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에 사용된 탄도 미사일 제공이 양 지역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라트비아는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 등의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명확한 비판을 표명해 오고 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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