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카 대주주의 쏘카 지분 인수…법원이 제동 건 이유는

김정연 2024. 9.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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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카의 대주주인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을 확보해 대주주가 되려다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쏘카 공유차량들. 뉴스1


차량공유업체 ‘그린카’의 대주주인 롯데렌탈이 공유차 시장 1위인 ‘쏘카’의 지분을 늘리려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롯데렌탈은 지난 13일 예정됐던 2차 쏘카 주식 293만주(8.95%) 매입을 연기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그린카의 2대 주주인 GS칼텍스가 ‘경업금지 위반’이라며 낸 롯데렌탈의 쏘카 주식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지난 12일 인용하면서다.

쏘카는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점유율 83%의 1위 업체이고, 그린카는 13%의 2위 업체다. 그린카의 지분 84.71%는 롯데렌탈이, 10%는 GS칼텍스가 가지고 있다.

롯데렌탈은 2022년 1월 ‘쏘카 지분 15% 이내로 취득’에 대한 GS칼텍스의 동의를 받고 ‘기술협력’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쏘카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2022년 3월 11.78%, 2023년 8월 3.2%를 취득해 쏘카 지분 14.98%를 보유하게 됐다. 그런데 지난해 8월 SK가 가지고 있던 쏘카 지분 587만2450주(17.91%)를 추가로 넘겨받기로 계약을 맺으면서 이 사건이 시작됐다. 이때 계약은 ‘주식 절반은 2023년 9월 14일, 나머지 절반은 2024년 9월 13일 넘겨 거래를 완료한다’는 내용이었으나 공정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 등으로 늦어져 롯데렌탈은 올해 2월에야 9.0%를 넘겨받았다. 다른 데서 추가 취득한 약 1.79%를 더해 이미 25.73%를 가진 롯데렌탈은 지난 9월 13일 2차 주식거래가 완료됐다면 쏘카 지분 총 34.67%, 3분의 1을 넘게 가진 2대 주주가 될 예정이었다.


“왜 동의 없이 쏘카 지분 확보”vs “묵시적 동의…기술 투자다“


그린카 2대주주인 GS칼텍스 측은 지난달 23일 열린 법원 심문기일에서 "이미 최근에 그린카의 이름을 'G카'로 바꾸고 롯데렌터카의 하위브랜드화 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쏘카 지분을 다량 확보한 뒤 그린카를 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사진은 그린카(G카) 앱 로고

그러자 GS칼텍스가 지난 8월 법원에 ‘주식이전을 멈춰달라’며 가처분소송을 냈다. 2018년 GS칼텍스가 2대 주주가 될 때 맺은 계약서 내용 중에는 ‘경업금지 의무’ 및 ‘이를 위반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인정하며, 가압류‧가처분 등 적절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된 걸 근거로 들면서다. 상법이 정한 경업금지(競業禁止) 의무는 자기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영업상 경쟁관계에 있는 동종업체 영업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정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심문기일에서 양측은 치열하게 다퉜다. GS칼텍스 측은 “롯데렌탈이 쏘카를 인수하기 위해 막대한 주식을 매수하고 있고,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받기 위해 결국 그린카 주식을 매각할 것이 분명해 경쟁력 하락이 자명하기 때문에 그린카 주주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처음 15% 지분 취득에 동의했을 땐 기술적 시너지효과를 위한 투자인 줄 알았으나,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1대 주주에 육박한 지분을 가지는 건 동의할 수 없으며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는 대규모 투자라는 거였다. 거래일이 다가와 “롯데렌탈 측에 ‘주식 거래 반대하니 나머지 절반 거래는 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그대로 하겠다’는 답이 와서 부랴부랴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도 했다.

반면 롯데렌탈 측은 “구두 내지는 묵시적 동의가 있었고, 이미 언론보도로도 다 알려진 사실이었는데 이제와서 코앞에 다가온 거래를 멈추는 게 그린카 주주들에게 더 손해”라며 “15% 취득에는 동의했는데 여기서 20%를 추가 취득한다 하더라도 2대 주주에 불과해 달라지는 건 없다” “우리는 쏘카 대주주가 될 계획이 없고, 그린카를 망가뜨려서 기업결합 승인 문제를 넘어갈 거란 건 지나친 억측”이라며 맞섰다.


法 “사전 동의 없어 계약 위반…거래 강행하면 70억 줘야”


법원은 이에 대해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을 15% 넘게 취득하는 건 경업금지 의무 위반이 맞다”며 GS칼텍스 측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주주 간 계약 중 ‘경업금지 사업에 관여할 때에는 사전‧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해둔 규정이 있는데, “롯데렌탈이 지난해 추가 지분 확보 계약을 맺을 땐 GS칼텍스의 사전‧서면 동의도 받지 않았고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9월 13일 거래종결일이 임박해, 롯데렌탈이 주식 취득을 강행할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들어 지분 취득을 중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원은 “가처분 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 이전 금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GS칼텍스에 70억원을 지급하라”고 추가 조항도 달았다. 다만 “주식을 이전 받는 건 금지하지만 이미 계약한 대로 대금을 SK에 지급하는 것까지 금지하진 않는다”며 GS칼텍스의 신청 중 매매 대금 지급 금지는 기각했다.

한편 이재웅 쏘카 최대주주 역시 올해 초부터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이 대표 측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44.27%로, 2대 주주인 롯데렌탈과의 쏘카 지분율 격차는 18.53%까지 벌어진 상태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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