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표 1% 좌지우지"…美대선판 흔든다는 뜻밖의 인물
미국 대선이 뜻밖의 인물로 인해 판도가 바뀔 수도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현지시간) 질 스타인이라는 녹색당 후보가 공화당의 예상 밖 희망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스타인의 이름은 미국 유권자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스타인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측의 표심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스타인은 1950년생으로 하버드대를 수석 졸업한 의사 출신 환경 운동가다. 그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반대하며 "양당에 휘둘리는 미국 정치엔 문제가 있다. 제3의 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당선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데도 지난 2012년부터 녹색당으로 줄곧 입후보했다. 그는 "나의 출마 자체가 양당제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스타인 후보는 이번 대선에 임하는 각오가 유독 비장하다. 74세라는 나이 때문이다. 지난 세 번의 도전을 거치며 미약하나마 인지도가 생겼다는 점도 희망이다. 이번 대선에선 같은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위협하는 존재다. 특히 진보 성향의 부동층 중에서 해리스 후보로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들에게 스타인 후보는 매력적 선택지다. 가자 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강력 비판하면서 아랍계 미국인의 표심을 잡고 있으며 기후위기 대책에서 급진적 정책을 표방한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난 스타인 후보가 좋다"며 "그의 지지층은 100% 민주당과 겹치니까"라고 지난 6월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말하기도 했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WSJ가 전한 정치 분석가들의 보고서에 의하면 그가 해리스 후보 측의 지지율 중 1%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 후보의 지지율은 47%로 동률이었다. NYT가 지난 11~16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시에나대와 함께 미 전역의 2437명의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다. 오차범위는 ±3.0%포인트이지만 그만큼 1%의 향배가 백악관의 주인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해리스 후보 측은 "스타인을 찍는 건 트럼프를 찍는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인 후보는 WSJ에 "유권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찍을 권리가 있으며, 해리스 후보는 본인이 스스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며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해리스 후보의 잘못"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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