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재로 5년간 150조 경제 손실…'2.7억일' 날아갔다
최근 5년간 산업재해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손실이 150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부 예산(657조원)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액수다. 인명 문제와 함께 국가 경제 부담도 줄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산재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36조42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전인 2020년(29조9800억원)과 비교해 21.5%나 늘어난 수준이다.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직접손실액인 산재보상금 지급액과 직접손실액의 4배로 산정되는 간접손실액을 합해서 계산한다. 간접손실액엔 산재 발생에 따른 작업 시간 손실과 생산력 감퇴, 납기 지연에 따른 손해액 등 미래 비용도 포함된다.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매년 증가세인 데다, 올해도 상반기에 18조6200억원을 기록하면서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4년 반 동안 발생한 손실 추정액을 모두 합치면 150조7300억원에 달한다.
산재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도 매년 커지고 있다. 2020년 5534만3490일이었던 손실일수는 2021년 6049만2479일, 2022년 6070만1773일, 지난해 6384만5877일을 기록했다.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반 동안 발생한 총 근로손실일수는 2억7087만8098일에 달한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약 74만2132년 수준이다. 근로손실일수는 사망자 손실일수와 신체장해자의 등급별 손실일수, 부상자·업무상 질병요양자의 요양일수를 더해서 구한다.
이는 전체적인 산재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산재 사고사망자는 2020년 882명에서 지난해 812명으로 7.9% 줄었지만, 90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사고부상자는 같은 기간 5만3440명에서 6만1465명으로 15% 증가했다. 사망자가 줄었어도 오랜 기간 요양이 필요한 중상해 재해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23명이 사망하면서 올 상반기 기준 사고사망자는 전년 대비 증가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통해 산재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전국 83만여개의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 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재 예방의 핵심인 ‘위험성평가’ 제도는 미실시에 따른 과태료 등 벌칙 규정이 없다 보니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2022년 발표한 중재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법 개정을 통해 위험성평가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김소희 의원은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과 근로손실일수가 상당한 규모로, 국가 경제에 매우 큰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며 “산재를 예방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할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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