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안정복 (5) 큰 빚에 죽을 결심… 조용기 목사님 설교 이끌려 교회로

박지훈 2024. 9. 2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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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될 것 같았다.

아내와 함께 30-1번 버스를 타고 교회로 향했다.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한다. 너를 사랑하기에 너를 실패하게 만들었다. 율법과 계명을 지켜라. 말씀을 지켜라. 만약 이 약속을 지킨다면 나는 네 삶을 창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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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형 보증 문제로 막대한 빚 안아
아내 위로에 마음 다잡고 서울 상경
새로운 삶에 자신 없어 절망하던 중
TV에서 보던 조 목사님 설교 떠올라
안정복(왼쪽) EM미디어 대표가 아내와 함께 1979년 큰아들이 돌을 맞은 것을 기념해 찍은 가족사진. 이때만 하더라도 그는 광주에서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내 인생의 첫 번째 고난이 찾아왔다. 광주 금남로에서 전자제품 매장을 운영하던 시절, 자주 어울리면서 무람없이 지낸 형들이 있었다. 나보다 두세 살 많은 형들이었는데 어느 날 형들이 보증을 서 달라고 했다. 워낙 친했던 사이였기에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부탁을 들어줬다.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결국 내가 덤터기를 쓰게 됐다. 아파트 한 채 가격 정도 되는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됐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죽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 덕분에 간신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아내는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 다 정리하고 새로 시작합시다. 서울로 갑시다.”

서울은 내게 너무 낯선 도시였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광주에서는 신용을 잃은 사업가로 전락했으니 뭔가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게 불가능했다. 아이들은 전남 화순 본가에 맡기고 아내와 서울로 상경해 종로구에 집을 구했다. 1981년 2월쯤이었다.

당시 지인이 세운상가에서 전자제품 조립 매장을 운영 중이었는데 나는 거기에 직원으로 들어갔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 셈이었다. 과연 내가 재기할 수 있을까. 나는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다. 광주에서 사업을 할 때 나는 여동생이 모아놓은 돈까지 내 사업 자금으로 끌어다 썼다. 한데 여동생이 결혼을 앞둔 시기가 왔고 오빠로서 도움은커녕 빌린 돈도 갚지 못하는 처지가 되니 얼마나 스스로 한심스러웠겠는가. 나는 용산역에서 청량리역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한강이 보이면 기차에서 뛰어내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한강이 나오지 않았다. 용산에서 청량리로 가는 길엔 한강이 없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시골 촌놈인 탓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 시절 나는 정말 외로웠다. 절망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렇게 6개월쯤 흐른 어느 날 갑자기 교회 생각이 났다. 그즈음 주일 아침이면 TV에서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가 방송되곤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함께 30-1번 버스를 타고 교회로 향했다. 돌이켜 보면 하나님이 나를 불러주신 것 같다. 허튼 생각을 할 수 없게 하려고, 도전하는 삶을 다시 살게 하려고, 하나님이 조 목사님을 통해 나를 교회로 부르셨던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서 새벽 기도는 집 근처에 있던 하나로교회에서 드렸는데 어느 날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아주 높은 곳에 매달린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소리였다.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한다. 너를 사랑하기에 너를 실패하게 만들었다. 율법과 계명을 지켜라. 말씀을 지켜라. 만약 이 약속을 지킨다면 나는 네 삶을 창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 음성을 듣고 기도를 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잠깐 기도를 드린 것 같은데 눈을 뜨니 예배당엔 나 혼자 남아 있었다. 시간은 1시간이 훌쩍 흐른 뒤였다. 나는 다짐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겠다고. 그렇게 다짐하니 담대하게 내 인생을 다시 마주할 용기가 생겨났다.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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