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같은 곳? 사진 속 아름다운 풍경은 온데간데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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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한반도는 유례없는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그제야 렌터카 회사 직원인 안야가 했던 조언이 떠올랐다.
방수포 덕분에 올해 여름엔 빙하의 60%를 지켜냈다고 한다.
겨울에 빙하가 쌓이지 않고 여름에 빙하가 녹는다면 물 부족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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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은 ‘감탄’ 대신 ‘탄식’을 내뱉었다. 장엄하고 두꺼운 빙하와 깊은 얼음 동굴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빙하는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려 청록색 호수로 변했고, 깊이 100m 이상을 자랑했던 얼음 동굴은 50m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스위스 발레주 동쪽에 자리한 푸르카 고개 꼭대기에서 위용을 뽐내던 론 빙하는 앙상한 모습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지난달 13일 스위스 서쪽 관광도시 인터라켄에서 론 빙하 방향으로 이동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북동쪽 국도로 75㎞쯤 지났을 때였다. 경찰이 차량을 막아 세웠다. 산사태로 도로가 끊겼으니 남동쪽 도로를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그제야 렌터카 회사 직원인 안야가 했던 조언이 떠올랐다. “최근에 빙하가 녹으면서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니 주의해야 한다.” 산 중턱에서는 빙하 녹은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푸르카 고개 꼭대기에서 산맥을 따라 7㎞에 걸쳐 펼쳐져 있던 론 빙하는 2009년 이후 급격하게 사라지는 중이다. 만년빙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전체의 25%를 잃었다. 천장부터 녹아내리고 있는 얼음 동굴 내부는 나무 구조물과 방수포로 아슬아슬하게 지탱해둔 상태다. 방수포에 덮인 빙하가 관광 명소로 자리 잡는 ‘슬픈 풍경’마저 연출되고 있다. 독일에서 왔다는 관광객 베르벨은 “호수가 마치 빙하의 눈물처럼 보여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스위스 정부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2004년부터 알프스산맥의 해발 2200m 이상 지역에 흰색 방수포를 덮었다. ‘방수포 이불’은 냉기를 가두고 열 침투를 막는다. 겨울에 쌓이는 눈의 손실을 줄이려는 것이다. 방수포 덕분에 올해 여름엔 빙하의 60%를 지켜냈다고 한다.
그래도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속도라면 2100년에 모든 빙하가 사라진다고 예측한다. 호수가 마르고, 지반은 불안정해져 더 많은 산사태와 가뭄을 유발한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당장 물 부족부터 걱정이다. 스위스는 빙하 수자원을 바탕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식수를 얻는다. 겨울에 빙하가 쌓이지 않고 여름에 빙하가 녹는다면 물 부족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특별취재팀=서영희 이병주 김지훈 이한형 최현규 권현구 윤웅 기자
인터라켄(스위스)=글·사진 윤웅 기자 yoony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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