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빅테크의 개인정보 악용 돈벌이…우리도 점검해야
미 FTC “자율규제 실패, 더 이상 여우에게 닭장 못 맡겨”
아동·청소년 보호하되 토종 플랫폼 경쟁력은 살려야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돈벌이에 활용해 왔다는 사실이 지난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FTC가 공개한 129쪽의 보고서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메타와 유튜브의 구글, 틱톡 등 13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9개 기업의 이용자 데이터 수집과 활용 방식을 연구했다. 조사 대상 업체 대부분이 연령·성별·언어 등의 인구통계 정보를 수집했고, 일부는 가계소득·교육·결혼상태 등의 정보까지 수집해 사실상 무기한 보관했다. 정보를 명시적으로 수집하지 않더라도 플랫폼에 올린 사진이나 주고받은 메시지를 분석해 사용자의 특성을 유추했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타깃 광고로 돈벌이하고 맞춤형 추천 시스템인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용자들을 플랫폼에 더 의존하고 중독되게 해서 그걸로 돈벌이했다는 FTC의 지적은 신랄했다. FTC는 “자율규제는 실패했다”며 “여우(거대 플랫폼)에게 더 이상 닭장(이용자 집단)을 관리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표현까지 썼다. FTC는 연방의회엔 포괄적 사생활보호법 통과를, 기업엔 데이터 수집 최소화와 아동·청소년 이용자에 대한 안전조치 마련을 권고했다.
FTC 보고서가 공개되기 직전에 인스타그램이 10대 이용자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자율규제를 발표했다. 청소년이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팔로(follow)하거나 이미 연결된 사람하고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정보기술(IT) 거물들이 자녀들의 스마트폰 이용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SNS 이용시간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우리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우리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튜브는 아직 인스타그램 같은 청소년 보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플랫폼 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에 나서야 한다.
아동·청소년 보호 대책은 강화하되,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에는 생각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유럽의 빅테크 규제는 사실상 자기들 시장을 장악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미국도 현 정부 들어 유럽과 비슷한 빅테크 규제법을 추진했다가 자국 기업 발목만 잡는다는 비판에 폐기했다. 이번 FTC 보고서가 실제로 정부 규제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빅테크 대책을 발표하면서 규제의 신속성을 위해 임시중지명령을 도입하되 대규모 플랫폼 사전 지정은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아동·청소년 보호 대책은 마련하되 다른 나라에선 찾기 어려운 토종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은 훼손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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