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꿈과 감정

김선오,시인 2024. 9. 2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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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걸려 열흘을 앓았다.

꿈의 시간은 현실의 몇 곱절로 흘러가기에 오히려 현실을 지연시킨다.

꿈에서는 보통 한 가지의 감정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쁨이면 기쁨, 슬픔이면 슬픔, 두려움이면 두려움, 꿈속의 감정은 훨씬 명확하며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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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코로나에 걸려 열흘을 앓았다. 고열과 두통에 시달렸지만 불면 역시 증상의 일환이었는지 약의 부작용 때문이었는지 잠들 수 없어 몇 배로 괴로웠다. 생산적인 일을 하나도 하지 못해 자책하면서, 동시에 주변에 미안해하면서 지냈다. 긴 연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시간이 갔다.

불면증을 오래 앓았던 시절,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만큼이나 잠을 자지 못하면 삶이 단절 없이 이어진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그때에는 어제와 오늘이 서로 지나치게 가까웠다. 잠은 일상을 끊어준다. 세상의 속도에서 나를 잠시 이탈시켜 꿈의 세계에 놓아주는 것이다. 꿈의 시간은 현실의 몇 곱절로 흘러가기에 오히려 현실을 지연시킨다. 생생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내가 지나온 어제가 훨씬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나는 꿈의 단순함을 좋아한다. 꿈에서는 보통 한 가지의 감정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쁨이면 기쁨, 슬픔이면 슬픔, 두려움이면 두려움, 꿈속의 감정은 훨씬 명확하며 단순하다. 그러나 현실은 나의 마음을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게 하고 한순간에 느끼는 감정 역시 한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현실은 감정을 들여다볼 여유를 앗아간다. 내가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보다 그러한 복잡함이 나를 피로하게 한다.

꿈은 나를 치유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친구가 세상을 떠났을 때, 친구는 꿈에서 나와 한참을 어깨동무하고 걸었다. 그는 이제 자신은 이쪽으로 가야 한다며 환한 얼굴로 내게 인사하더니 다른 길로 향해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쪽은 장례식장이었다. 나는 그곳이 어디인지 알았지만 웃으면서 친구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친구를 잃은 슬픔과 당혹스러움이 마음에서 많이 사라져 있었다. 친구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 내 꿈에 찾아왔거나, 내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 꿈으로 친구를 불러냈을 것이다. 이러한 위로는 오직 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내가 잠과 꿈을 소중하게 다루는 이유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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