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10대 스마트폰 사용 규제 법안 시급하다
청소년 정신질환 급증
미국·유럽·중국, 스마트폰과
SNS 규제 법안 속속 통과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 위해
우리 국회도 입법 서둘러야
초등학생 둘을 자녀로 둔 지인의 집에서는 날마다 전쟁이 일어난다. 스마트폰 때문에 일어나는 전쟁이다. 이 집의 큰아이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장애를 겪고, 작은아이는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 스마트폰을 뺏으려는 부모, 뺏기지 않으려는 아이 간에 몸싸움도 일어난다. 부모와 자녀 간의 전쟁은 부부 갈등으로 이어진다.
아빠는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엄마의 통제가 너무 느슨하다고 생각하고, 엄마는 아빠가 너무 급하게 통제를 가해서 아이들이 상처받는다고 생각한다. 10대 부모를 둔 가정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회가 정해준 규칙이 없으니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스마트폰과 SNS에 관한 한 그야말로 내전 상태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그의 신간 ‘불안세대’에서 스마트폰과 SNS로 아이들의 뇌가 망가졌다고 주장한다.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를 기점으로 진행된 ‘놀이 기반 아동기’에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의 대전환이 청소년 정신질환 급증을 야기하는 등 대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2012년쯤부터 미국 10대의 우울증 발생 빈도가 약 2.5배 증가했고,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14세 여자 청소년 자해 비율이 약 3배, 자살률은 167% 증가했다고 한다.
2007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는 모든 사람의 삶을 크게 바꿔 놓았다. 그런데 정신 발달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민감기에 해당하는 아동기와 청소년기 자녀들의 정신건강에는 특별히 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해악이 생각한 것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은 굳이 책을 보거나 통계를 접하지 않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 아주 많이 아픈 것이다. 하이트는 더 이상의 방임은 안 된다고 하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과 SNS 사용을 금지해야 하고, 특히 학교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대신 감시를 받지 않는 놀이와 아동의 독립성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0대의 스마트폰과 SNS 사용으로 인한 폐해를 목격한 각국 정부는 스마트폰과 SNS 사용을 규제하는 입법에 나서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지난해 공립학교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포함한 개인 무선기기 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올해는 13세 이하 아동의 SNS 계정 가입을 금지시켰다. 이밖에 루이지애나, 인디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뉴욕 등 미국의 10여개 주에서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도 학교에서 교육 목적 외에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8세 미만은 하루 40분, 8~15세는 1시간, 16~17세는 2시간 이내로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의 SNS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하루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청소년 필터 버블 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세 이상부터 SNS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인권위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인권 침해라고 판정하기도 했다. 인권 지상주의의 폐해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 아니 할 수 없다.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우리 아이들을 중독에 빠뜨리고, 아프게 하는 스마트폰과 SNS에 대한 규제 입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규제가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법이 생긴다면 학교에서, 가정에서 자녀들을 통제할 명분이 생긴다.
담배와 술의 해악이 확인되면서 청소년에 대한 담배와 술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가 생겼듯 10대의 스마트폰과 SNS 사용이 가져오는 해악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규제는 시급하다. 하이트의 말대로 우리는 현실세계에서는 아이들을 불필요하게 과잉 보호했고, 반면 가상세계에서는 아이들을 너무 과소 보호했다. 부모세대의 통렬한 반성과 더불어 국회가 조속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김주영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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