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이코노믹스] 산업데이터 연계로 생산성과 제조업 경쟁력 높여야

2024. 9. 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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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미래와 AI 경쟁력 가를 산업데이터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데이터는 돈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소비자의 취향까지 파악하려는 노력은 글로벌 기업에 매우 중요하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은 그간 고객 지향의 제품과 서비스 제공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주는 데이터는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소비 데이터는 시장 점유율 확대의 도구다. 그러나 데이터에서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산업데이터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혁신에서 산업데이터의 적극적인 공유와 활용이 쟁점이 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산업데이터는 소비자의 취향을 알려주는 소비데이터와 달리 연구ㆍ개발과 생산, 수주와 발주, 기계 운전, 유통, 애프터서비스(AS) 등 산업 현장의 제조 밸류 체인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어떤 기계의 수명이나 고장 원인 등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제조 과정의 불량을 줄이거나 안전에 대한 대비를 선제적으로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산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더 나은 품질과 안전성 확보, 부가가치 향상이 가능하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할 수도 있다.

「 기업 무기인 산업데이터 활용해
품질 향상, 부가가치 제고 가능

EU, 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
가이아-X와 카테나-X 등 추진

중국 제조업 경쟁력 향상 위해
정부 주도 데이터 생태계 구축

산업데이터 활용해 AI 전환 활성화

이코노믹스

우리나라는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을 2022년 7월 시행했다. 산업 디지털 전환은 산업데이터와 지능 정보 기술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미래차, 가전·전자, 헬스 케어, 에너지, 유통, 섬유·화학, 기계·로봇, 조선 등 다양한 업종에서 혁신의 원동력으로 데이터를 활용하자는 의미다. 산업 디지털 전환 등과 관련해 산업데이터가 중요한 이유와 이를 제대로 활용할 방안 등을 살펴보자.

우선 산업데이터를 AI를 통한 제조 혁신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업 가치 사슬 전반에 축적된 데이터에 외부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통찰을 도출할 수 있어서다. 이종(異種) 산업 데이터와 융합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선정하는 ‘등대공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등대공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의 혁신과 스마트화를 이끄는 공장이다.

김경진 기자

국내 기업으로는 포스코가 2019년 7월 최초로 세계 등대공장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심에는 AI로 최적의 제어가 이뤄지도록 하는 포스코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포스프레임(PosFrame)’이 있다. 포스코 그룹은 여기서 더 나아가 대학과 중소기업, 스타트업과의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상호 협력을 통해 철강 산업 고유의 스마트 공장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DX가 철강과 2차전지 소재, 물류 등 산업 현장에 특화한 산업 AI를 확산함으로써 디지털 전환에 더한 인공지능전환(AX)을 주도해나가고, 한국산업단지공단은 포스코DX의 디지털 전환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그린 산단 사업과 산업단지 안전 관리, 산업 구조 고도화 사업을 추진한다. 산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산업 단지 내 입주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는 지난 20년 동안 축적한 설비·안전 관련 내부 중요 데이터를 지역 사회와 공유하기로 했다. 설비·안전 관련 고급 데이터를 지역 중소기업과 공유해 안전한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나선 것이다. 지자체와 대학 등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울산시는 ‘울산 제조혁신 랩’을 구축해 지역 중소기업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 AI 대학원 등과 연계해 데이터 가공 및 AI 융합 기업을 유치한다는 전략까지 세웠다.

‘데이터 스페이스’로 데이터 주권 확보
두 번째로 산업데이터 활용은 다른 제조 강국에 비해 뒤처지는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이 더 약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각국은 산업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김경진 기자

유럽은 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 산업에 걸친 데이터 연계를 필수적으로 여기고, 최초 산업데이터 연계 프로젝트인 가이아(Gaia)-X를 2019년부터 추진했다. 가이아-X는 유럽연합(EU) 집행부가 직접 추진하는 정부 사업은 아니지만, EU 모든 회원국이 함께 참여하는 중요 이니셔티브로 민간 주도로 유럽의 데이터 인프라를 만드는 대표 사업이다. 가이아-X의 본질은 ‘플랫폼의 플랫폼’을 만드는 데 있다. 여러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이 인터넷이라면, 가이아-X는 네트워크 대신 여러 플랫폼을 연결한 일종의 ‘플랫폼 넷’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데이터 댐처럼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원래 있던 곳에 두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공유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 공간에 ‘데이터 스페이스’라고 이름을 붙였다.

독일은 2021년부터 민관이 협력해 자동차 산업 데이터 공유 플랫폼인 카테나(Catena)-X를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활용 범위를 지속해서 확대했다. 카테나-X는 표준화된 데이터 규격과 프로토콜로 산업데이터 품질과 일관성을 향상시키는 한편 데이터 교환의 안정성과 신뢰성 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일본도 전 산업에 걸친 데이터 연계 플랫폼인 ‘우라노스 생태계(Ouranos Ecosystem)’를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카테나-X와 차·배터리 분야 데이터 상호 연계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두 산업데이터 플랫폼을 연계해 광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배터리 주요 재료인 리튬과 코발트 같은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양측이 합의한 것이다.

가이아-X와 카테나-X 같은 데이터 스페이스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면서도 필요한 데이터만 함께 사용하려는 것으로, 데이터 표준 생태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데이터를 공유하고 싶어도 기술 탈취 불안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경우에 데이터 스페이스는 유용하다. 기업의 저조한 디지털 전환 수준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 심화로 인해 생산성 향상이 둔화하는 한국도 카테나-X나 우라노스 생태계 같은 데이터 스페이스 확보가 필요하며, 다른 국가의 데이터 스페이스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독일의 ‘매뉴팩처링(Manufac turing)-X’는 구체적인 모범 사례다. 독일 정부는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모든 산업의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새로운 데이터 표준과 상호 연결성을 기반으로 주요 제조업의 데이터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독일의 고심이 담겨 있다. 제조업에서 가치 사슬 기업 간의 네트워크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의 지름길이다.

AI 연합학습으로 데이터 보호 가능
마지막으로 산업데이터를 간접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영업 비밀이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인해 직접 활용이 어려울 경우 AI의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AI 연합학습은 중앙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분산된 기기에서 보유한 데이터로 직접 학습을 수행한 뒤 연합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AI 혁명 시대에 데이터 보안과 데이터 분산 처리의 혁신적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합학습은 개별 기업의 자산인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기관 간 데이터 학습을 가능하게 해 개별 기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데이터 활용 및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 및 활용 기술이다. AI 학습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에는 민감한 정보나 개인정보도 있다. 데이터 공유 없이 활용만 해 기업 선호에 맞춘 AI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의료 산업의 경우 현재 자율적인 데이터 시장이 부재한 데다 중앙 집중화한 빅데이터 플랫폼과 AI 훈련 방식으로 현장 수요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AI 연합학습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산업데이터 활용 위한 플랫폼 만들어야
한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상회한다. 미국과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현재 한국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은 3, 4위로 높다. 하지만 이러한 순위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세계 1, 2위를 차지했던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이 밀려나듯 말이다. 1990년대 초반 30위권 밖에 있던 중국은 2016년 이후 2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성장 뒤에는 정부 주도의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자리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제조 분야에서 데이터 이용을 확산하면 사회 전반에 걸쳐 AI와 디지털 전환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제조업 강국인 일본과 독일이 산업데이터 활용에 집중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충분한 자극제가 된다. 정부 부처 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추진 조직인 ‘K-Manufacturing-X Initiative’와 관련 플랫폼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산업데이터 공유와 활용이야말로 우리 제조업이 위기를 넘어 경쟁력을 유지할 해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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