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정했다” 美 대선 사전투표 발길 이어져

임성수 2024. 9. 2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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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가보니
확고한 양당 지지층 일찌감치 찾아
트럼프, 해리스와 추가 토론 거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에서 유세하는 가운데 인근 건물 옥상에 비밀경호국 요원 등 경호 인력이 배치돼 있다. 트럼프의 이날 유세는 지난 15일 두 번째 암살 시도 이후 첫 야외 유세였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이곳에서는 이미 다음 대통령을 결정한 이들의 투표용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까지 45일 남았지만 이미 마음을 정한 유권자들이 일찌감치 투표소를 찾고 있다. 휴일인 이날도 사전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5시까지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전투표에 나선 사람들 중에는 확고한 양당 지지층이 많았다. 투표소에서 만난 이들은 “이미 누구에게 표를 줄지 마음을 정했기 때문에 미리 투표에 나섰다”며 “더 이상의 TV토론이나 선거 광고가 내 마음을 바꿀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구를 찍었는지, 투표 이유는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밝히는 이들도 많았다.

투표를 마친 69세 백인 여성 트리시는 “여성 인권의 후퇴가 나에게는 굉장히 큰 문제다. 또 도덕성이 낮은 사람이 국가를 운영하게 할 수는 없다”며 “나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경제나 이민 문제에서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저 유포된 소문을 갖고 판단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지금까지 이뤄진 일을 알아본다면 누가 경제를 신경 써 왔는지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리시는 “모두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 투표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트럼프는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0대 유색인종인 비제이 마니도 “후보의 정직함과 진실성 그리고 여성의 재생산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해리스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마니는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의 대결”이라며 “만약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가 대결한 2012년 같은 대선이었다면 정책을 두고 경쟁했을 것이다. 요즘 같은 정치적 양극화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지니아주는 1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있다. 2008년 대선 이후 계속 민주당 후보를 선택해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지역)로 분류된다. 하지만 민주·공화 양당 모두 최선을 다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양당은 사전투표가 진행된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 입구는 물론 청사 앞으로 이어지는 도로까지 각 당 후보 지지 팻말을 경쟁하듯 빼곡히 꽂았다. 버지니아에선 사전투표가 11월 2일까지 계속된다.

투표소 앞에 선거운동 부스를 차린 민주당원들에게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견본 투표용지를 나눠주던 민주당원 다이애나 스미스(72)는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며 "북한의 김정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처럼 민주주의를 뒤엎을 수 있는 이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리스는 주 법무장관, 상원의원, 부통령 등 행정부의 모든 측면을 경험했다"며 "트럼프 같은 중범죄자, 인종차별주의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화당원들도 민주당 맞은편에 부스를 만들어 선거운동을 벌였다. 공화당 부스 앞에서 만난 40대 유색인종 여성 릴리 휴즈는 "불법이민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후보를 결정했다"며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휴즈는 "나 역시도 이민자다. 이민 자체에 대해선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불법이민"이라며 "불법이민이 너무 많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인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캐릭터가 대통령을 선택하는 요소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장 사전투표는 20일부터 시작됐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버지니아와 사우스다코타, 미네소타 3개 주에서 시작했다. 지난 11일 앨라배마주가 우편 투표용지를 발송하면서 사전투표가 이미 시작됐지만 유권자가 직접 투표소에서 하는 현장 사전투표는 이들 3개 주가 처음이다. 미국에선 사전투표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ABC방송에 따르면 2012년 대선에선 사전투표율이 33%였지만 2016년 대선에선 40%, 2020년 대선 때는 69%까지 올라갔다.

선거 사무를 담당하는 이들도 투표 열기를 느낀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페어팩스 카운티 관계자는 "사전투표를 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 단정하기 어렵지만 2020년 대선보다 조기 투표 비중이 높은 것 같다"며 "2020년과 달리 코로나 팬데믹이 없고 투표하려는 에너지도 높다"고 전했다.

사전투표가 시작되면서 양당 후보의 경쟁도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해리스 캠프는 CNN이 제안한 다음 달 23일 TV토론을 수락했다면서 트럼프의 동참을 촉구했다. 해리스 캠프는 "지난 6월의 CNN 토론과 같은 형식이니 트럼프가 동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는 "추가 토론은 너무 늦었다. 투표가 이미 시작됐다"며 토론 제안을 거절했다.

페어팩스(버지니아주)=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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