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가 떠올린 광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190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44년 중국 베이징에서 옥사했다. 순국 이듬해에 광복이 왔다. 40년 세월에 옥고만 17번. 그의 시는 이런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다. 독립운동가 이원록. 수감번호 ‘264’가 필명인 이육사 시인 얘기다. 그의 시를 독립투사의 저항시로만 한정 짓는 건 아쉽다. 근대 시인 중 그만큼 대륙적 스케일의 시를 쓴 이도 드물다. 시간으로는 하늘이 열린 날부터 “천고의 뒤”까지, 공간으로는 북쪽 툰드라와 광야를 오갔다.
이육사는 1943년 베이징의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시 ‘광야’를 완성했다고 한다. 절망의 순간, 드넓은 광야를 그리며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봤다. 화가 윤종구는 그 대목을 상상했다. 검푸른 허공 속 지평선 너머로 “백마 타고 오는 초인” 같은 빛이 보인다. 김선두의 ‘절정’에는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북방으로 휩쓸려 온” 이육사가 있다. 윤영혜는 모진 고문과 투옥을 반복한 이육사의 심경을 ‘황혼’에 담았다.
그림은 29일까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내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대산문화재단이 이육사 탄생 120주년을 맞아 기획한 ‘절정絶頂, 시인 이육사’ 시·그림 전시다. 김선두·노충현·박영근·윤영혜 등 화가 8명이 이육사의대표 시를 그림 24점으로 전한다. 2006년부터 이어온 문학그림전으로, 앞서 ‘구보, 다시 청계천을 읽다’(2009),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2012), ‘소월시 100년, 한국시 100년’(2020),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2021) 등이 호응을 얻었다. 무료.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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