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꿈꾸는 여행스케치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황지영 2024. 9.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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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5주년이 된 그룹 여행스케치의 원년 멤버 루카·남준봉(왼쪽부터). 혼성 11인조로 시작해 둘만 남았다. [사진 여행스케치]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지난 2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콘서트 ‘포크 포에버’. 그룹 여행스케치가 히트곡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를 부르자, 객석에서 떼창이 터졌다. 오래 사랑받은 포크 음악을 들려주는 공연인데, 올해는 여행스케치와 동물원, 박학기가 공연했다. 여행스케치는 이날 데뷔곡 ‘별이 진다네’부터 ‘옛 친구에게’ ‘시종일관’ ‘왠지 느낌이 좋아’ 등을 들려줬다.

여행스케치는 1989년 제2회 백마가요제 본선 진출자들이 모여 결성한 포크그룹이다. 혼성 11인조였다가 지금은 루카(조병석·58)와 남준봉(55)만 남았다. 두 사람은 수원대 음악동아리 선후배로 만나 지금껏 함께했다. 데뷔 이래 꾸준히 청춘의 풋풋함이 담긴 서정적 가사의 포크송을 들려줬다. 노래 대부분을 작사·작곡한 루카는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 35년의 모습을 백조에 빗대 “청춘의 낭만을 대표하는 듯했지만, 물밑에선 열심히 발버둥 치며 일했다”고 말했다.

Q : 히트곡이 많은데도 힘들었나.
A : “메이저 울타리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유명한 분들이 노래를 리메이크해줘 여행스케치라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Q : 사랑받는 노래를 쓴 비결은.
A : “청춘의 감성으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었던 그 시절에 감사하다. 엉뚱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편인데, 많은 분이 그런 면을 특별하게 봐주신 것 같다.”
2009년 루카는 고속도로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까지 겪었다. 그는 “30대 때 잘난 맛에 빠져 살았는데, (사고가) 정신을 들게 했다”며 “지금도 그때 사고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Q : 힘든 시절을 왜 간직하나.
A : “‘언더그라운드에서 조금 유명해졌다고 자만하며 살았구나’ 반성했다. 기적적으로 회복한 후 반성을 잊지 않으려고 사진을 간직하기로 했다.”

Q : 그때는 남준봉이 활동을 책임졌다고.
A : “준봉의 가창력이 출중하다. 멋스럽게 노래하며 여행스케치 브랜드를 지켜줘 고맙다.”

Q : 여행스케치의 매력이 뭘까.
A : “포크의 여러 갈래 중 젊은이들의 정서를 담은 ‘낭만’을 담당했다. 스케치에 머무르지 않고, 색감을 입히려 했는데 감사하게도 작품성을 그대로 인정받았다.”
여행스케치의 최신곡은 2022년 낸 싱글 ‘키다리 아빠’. 2002년 발매한 9집 ‘달팽이와 해바라기’가 마지막 정규앨범이다.

Q : 정규 10집은 언제 나올까.
A : “10집 앨범은 내 버킷리스트다.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내 노래가 259곡이다. 35년 활동했으니 1년에 10곡도 안 낸 게으른 사람이다. 팬들께 죄송하다. 김민기 선배가 별세한 뒤 ‘무엇을 남기고 가야 하는가’에 관해 느낀 바가 많아 신중하게 작업할 것 같다.”

Q : 어떤 노래를 남기고 싶나.
A : “음악 인생 후반전은 내가 원하는 채색을 할 생각이다. 좋아하는 모던록 바탕의 밴드를 꾸릴 예정이다. 여행스케치로는 한 세대를 다 돌았다고 생각한다.”

Q : 여행스케치는 어떻게 되나.
A : “10집을 끝으로 나는 고문 정도로 뒤에 머물 생각이다. 다른 스케치를 입혀 줄 멋진 후배가 나타나길 바란다. 여행스케치라는 브랜드는 알아도 멤버 얼굴은 잘 몰라서 새 얼굴이 노래해도 놀라지 않을 거다(웃음). 40주년엔 여행스케치를 스쳐 간 모든 멤버와 돌아가며 콘서트 하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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