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평범한 직장인 그리고 한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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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벌어진 역대급 횡령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 2022년 9월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 재정관리팀장으로 근무하던 최모씨가 자신의 계좌로 46억원을 빼돌려 달아난 사건이다.
뒤늦게 횡령 사실을 파악한 공단 측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최씨는 이미 해외로 도피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최씨가 역대급 횡령 사건을 저지른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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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벌어진 역대급 횡령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 2022년 9월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 재정관리팀장으로 근무하던 최모씨가 자신의 계좌로 46억원을 빼돌려 달아난 사건이다. 뒤늦게 횡령 사실을 파악한 공단 측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최씨는 이미 해외로 도피한 상태였다.
경찰은 곧바로 최씨의 여권을 무효화한 뒤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리고 추적에 나섰다. 하지만 필리핀이 7000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어 추적에 애를 먹었다. 다행히 필리핀 현지 경찰과 한인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올해 초, 마닐라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검거하며 최씨의 1년 4개월 동안의 도주극은 막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최씨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항소해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처음엔 단독 범행으로 알려졌으나, 뒤늦게 공범이 밝혀졌다. 최씨의 직장 동료였던 43살 여성 조모씨다. 조씨는 최씨가 필리핀에서 도피 생활을 할 당시 최씨의 가상화폐 전자지갑에 도피자금 명목으로 167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공단은 지난 5월에 조씨를 파면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씨는 도피 중 생활고를 겪는 최씨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돈을 보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8월, 1심 재판부는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 미필적으로나마 고의가 인정되고 도피자금 제공 행위가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조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렇다면 최씨가 역대급 횡령 사건을 저지른 이유는 뭘까. 최씨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 등으로 많은 빚을 지게 되자 채무변제와 추가 투자를 위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한 돈도 가상화폐와 선물 투자를 하다 모두 탕진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한탕주의’가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노동 수입이 경시되고 소위 ‘한탕’으로 획득하는 금전의 가치에 매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영끌’을 해서라도 부동산을 사고, 있는 돈 없는 돈 빌려서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열심히 일해서 받는 월급은 푼돈 정도로 생각하고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온통 투기판이 된 것 같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안정적인 직장인조차 별다른 죄의식 없이 어마어마한 공금을 횡령하고 투기로 날리는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투기판에서는 투기판을 만든 사람만 이익을 보고 나머지는 모두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것이다.
오늘도 현직 경찰관이 공금을 횡령해서 대기발령을 받았다거나 현직 교사이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주식 손실을 막으려고 아파트 공용자금을 횡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노동의 가치 회복 없이 ‘한탕주의’가 계속된다면 횡령과 투기에 나서는 평범한 직장인이 더욱 많아질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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