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정규 10집이 원년멤버로는 마지막, 후배가 이어가 주길”
"젊은이들 정서 담은 풋풋함이 여행스케치의 매력"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그룹 여행스케치가 히트곡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를 부르자, 객석에서 떼창이 터졌다. 22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콘서트 ‘포크 포에버’에서다. ‘포크 포에버’는 오래 사랑받는 포크 음악을 들려주는 공연으로, 올해 무대엔 여행스케치와 함께 동물원, 박학기가 올랐다.
1994년 발표한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는 꾸준히 사랑받는 대표 포크송이다. 2013년 인기 예능 ‘무한도전’ 코너 ‘무한상사’에서 뮤지컬 버전으로 불렸고, 서영은, S.E.S., 영탁&정동원 등이 리메이크 했다. 여행스케치는 이날 공연에서 데뷔곡 ‘별이 진다네’부터 ‘옛 친구에게’, ‘시종일관’, ‘왠지 느낌이 좋아’도 들려줬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에 따르면, 여행스케치는 청춘의 풋풋함을 가감없이 표현한 가사들로 서정적이면서도 대중적인 포크송을 많이 만든 그룹이다.
이 노래들을 작사·작곡한 여행스케치 리더 루카(조병석·58)는 공연에 앞서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대를 건강하게 표현한 노래를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물 위에선 낭만, 물 밑에선 발버둥
Q : 지난 35년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A : “백조와 같았다. 청춘의 낭만을 대표하는 듯 보였지만, 물 밑에선 열심히 발버둥치며 일했다.”
Q : 히트곡이 많은데도 힘들었나.
A : “메이저 울타리에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유명한 분들이 우리 노래를 리메이크 해줬기에 여행스케치라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Q : 오래도록 사랑받는 노래를 쓴 비결은 뭔가.
A : “청춘의 감성으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었던 그 시절에 감사하다. 엉뚱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편인데, 많은 분들이 그런 면을 특별하게 봐주신 것 같다.”
큰 교통사고가 인생 변곡점
"30대 때 내 잘난 맛에 빠져 살았다"던 루카의 정신을 들게 한 건 2009년 교통사고였다.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까지 걸렸다는 그는 지금도 그때의 사고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Q : 힘든 시절을 간직하는 이유는.
A : “'언더그라운드에서 조금 유명해졌다고 자만하며 살았구나' 라는 반성이 들었다. 기적적으로 회복한 후 그 반성을 잊지 않으려고 사고 사진을 간직하기로 했다.”
Q : 그때는 남준봉이 여행스케치 활동을 책임졌다고.
A : “준봉 아우의 노고가 상당했다. 다행히 준봉의 가창력이 출중하다. 알앤비, 재즈, 트로트까지 다 잘한다. 멋스럽게 노래하며 여행스케치 브랜드를 지켜줘 고맙다.”
Q : 여행스케치의 매력은 뭐라고 보나.
A : “포크의 여러 갈래 중 젊은이들의 정서를 담은 '낭만'을 담당했다. 스케치에 머무르지 않고, 색감을 입히려 했는데 감사하게도 작품성이 이대로 인정됐다. 목가적인 장르를 대표할 수 있어 뿌듯하다.”
남은 음악인생은 故김민기처럼
Q : 정규 10집은 언제 나올까.
A : “10집 앨범은 나의 버킷리스트다.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내 노래가 259곡이다. 35년 간 여행스케치를 하면서 1년에 10곡도 안 낸 게으른 사람이라 팬들에 죄송하다. 김민기 선배가 세상을 떠난 뒤 ‘무엇을 남기고 가야 하는가’에 대해 느낀 바가 많아 신중하게 곡 작업을 할 것 같다.”
Q : 고(故) 김민기는 어떤 존재였나.
A : “가사대로 사셨다. 말씀이 많지도, 본인을 포장하지도 않았다. 선배 노래 중 ‘가을편지’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재밌어 한다.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라는 가사를 처음 들었을 때 선배에게 이런 인간적인 면이 있었네 라고 생각했다.”
Q : 본인은 어떤 노래를 남기고 싶나.
A : “음악 인생 후반전은 내가 원하는 채색을 할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모던 록 바탕의 밴드를 꾸릴 예정이다. 여행스케치로서는 이미 한 세대를 다 돌았다고 생각한다.”
Q : 앞으로 여행스케치는 어떻게 되나.
A : “10집을 끝으로 나는 고문 정도로 뒤에 머물 생각이다. 또 다른 스케치를 입혀 줄 멋진 후배가 나타나주길 바란다. 사람들이 여행스케치라는 브랜드는 알아도 멤버 얼굴을 잘 몰라서 새 얼굴들이 노래한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거다(웃음). 40주년엔 여행스케치를 스쳐간 모든 멤버가 한 명씩 돌아가며 콘서트를 하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여행스케치가 지켜온 풋풋함과 순박함의 가치를 지키는 길이 아닐까.”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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