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커넥티드카 中 부품 제재 2027년형부터”…韓 한숨 돌렸지만
미국이 이르면 2026년 하반기부터 자국 내에서 판매될 커텍티드카의 중국산 소프트웨어(SW) 사용을 금지한다. 미국의 첨단 차량기술 대중(對中) 제재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한국 자동차 업계가 대비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커넥티드·자율주행차 등에 사용되는 중국산 SW·하드웨어(HW) 제재 계획을 오는 23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세부적으로 중국산 SW는 2027년형 차량부터 금지되며, 중국산 HW 대상 제재는 2029년 1월 시행하거나 2030년형 차량부터 적용한다. 미 상무부는 향후 30일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최종안을 확정할 전망이다.
커넥티드카는 통신 네트워크에 연결돼 자율주행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이다. 그간 미국 정부는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커넥티드카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 제재를 추진해왔다. 해킹을 통해 커넥티드카를 원격 조정하거나, 미국의 인프라·운전자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중국이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일단 한시름 놓게 됐다. 관련 부품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선 최소 2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지난 7월 국내 완성차업계를 대변해 “부품의 공급망 변경에 따른 소비자 혼란을 수습하려면 최대 2년까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 시간을 줘야 한다”고 미 상무부에 요청한 바 있다.
통상 하반기에 다음 해 연식 차량이 출시되는 것을 고려하면 SW 공급망 다변화엔 1년 반, HW에는 4년가량이 확보된 셈이다. 국내 차 업계의 중국산 SW 의존도는 HW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것을 감안하면 대비 시간이 넉넉한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부의 ‘준비 기간 시그널’은 이달 초부터 흘러나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린 ‘2024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 필요하다면 그 공급망을 조정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준비 시간(Lead Time)은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러시아에서 설계된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쓰는 커넥티드카에 대해 규제를 가할 것”이라며 ‘안보 위협 국가’를 명확하게 규정하기도 했다. 다만 미 정부의 ‘유예 기간’이 한국 완성차 업계만을 위한 건 아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 등 전 세계 대부분의 완성차 기업들도 중국 밸류체인 의존도가 낮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커넥티드카’ 규제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앞서 에스테베스 차관은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량 동력 체계를 관리하는 중국·러시아산 부품을 사용한 차량의 미국 수입을 제한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는데, 자동차 업계가 자의적으로 ‘커넥티드카 부품’을 분류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 상무부와 ‘규제 대상 부품’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협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배터리 이상 정보를 서버로 전송할 때 통신모듈을 사용하는데, 이 부품도 커넥티드카 핵심 부품으로 분류된다면 차량 제조사들의 대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차량 통합제어 장비가 늘어나고 있는데, 엔진·전장 부품을 명확히 나누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차량 제조사 입장에선 미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규제 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도록, 정부와 업계가 물밑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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