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지아 "대선 집계 수개표로"…"정확성 높여" vs "혼란 유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경합주 중 한 곳인 조지아가 대선 투표를 수작업으로 개표하기로 20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공화당이 수적 우위인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회가 주도한 것으로, 개표의 정확성을 높이는 취지란 설명이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40여 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수개표가 도입됨으로써 집계 오류·지연 등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이날 조지아주 선관위는 이번 대선에서 수백만 장의 투표 용지를 일일이 수개표하는 규정을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의 약 6500개 선거구마다 3명의 개표 담당자가 기계로 스캔한 투표 용지가 담긴 상자를 개봉해 수개표를 진행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수개표를 도입한 주는 미 50개 주 가운데 조지아가 유일하다.
조지아주가 이처럼 아날로그식 개표 방식을 도입한 배경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적은 표 차이에 따른 부정 선거 시비가 영향을 끼쳤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에서 조 바이든 후보에게 1만여 표 차이로 패배한 뒤 '부정 선거론'을 제기했다. 그는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을 만한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도 있다.
공화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선거 관리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면서 일각에선 수개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소속인 자넬 킹 조지아주 선관위 위원은 "정확성보다 속도를 중요시하는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 수개표에 찬성하는 이유를 밝혔다. 수개표는 프랑스·독일·영국·캐나다 등에서도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아주의 수개표에 반대하는 측에선 개표가 지연될 경우 오히려 부정 선거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트럼프와 그의 '핏불'들이 개표 속도를 늦춰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공격하고 훼손하기 위한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선거를 불과 46일 앞두고 투표 참관인 교육과 재외 유권자에 대한 투표 용지 발송까지 완료된 시점에 이뤄진 것도 논란이다. 때문에 조지아주의 선거 관리 담당자들 사이에선 "선거가 이렇게 임박한 상황에서 규정을 바꾸면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와 반발이 나오고 있다.
법적 논쟁도 예상된다. 조지아주 법무장관실은 이번 사안과 관련 "선관위의 법적 권한을 넘어선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경우에 따라 선거 행위를 관리하는 법령과 상충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선 트럼프 측이 조지아주 선관위가 공화당이 우위인 점을 들어 공화당에 유리하게 '게임의 규칙'을 바꾼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한편 NYT는 트럼프 측근들이 공화당이 우세한 '레드 스테이트'인 네브래스카주의 선거 방식을 바꾸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 48개 주는 1위 후보가 모든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달리 네브래스카주와 메인주는 일부 선거인단을 결과에 따라 할당하는 혼합 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이 네브래스카주 총 5명의 선거인단 중 1명의 선거인단을 가져갔는데, 승자 독식으로 규정을 바꿔 이런 상황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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