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대만 유사시 한반도서 미군 직접 투입 어려워"

박현주 2024. 9. 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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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이 한국 내 전력을 직접 투입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대만 유사시 한국은 대북 억지력 약화를 우려하는 데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주한미군 직접 투입은 현실적이지 않다(unlikely)"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는 대만 유사시 한국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미 정부의 자문을 맡아온 주요 싱크탱크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용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하는 내용을 공개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동맹의 영토로부터의 군사 작전'(Fighting Abroad from an Ally's Land) 보고서. 보고서 캡처.


"韓, 주한미군 투입 용인 안 할 것"


랜드연구소는 이날 공개한 '동맹의 영토로부터의 군사 작전'(Fighting Abroad from an Ally's Land)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연구진이 인터뷰한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에 군대와 각종 자원을 사전에 배치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자국이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주한미군을 대만 유사시에 곧바로 투입하는 걸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보고서는 "대만 해협의 충돌로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하는 건 한국으로선 '최악의 악몽'일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실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북한과 관계되지 않는 일에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직접 투입할 가능성은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활동적 군사 자산(kinetic activities)의 직접 투입은 비현실적(unlikely)인 반면, 연료와 예비 부품 등 '비활동적'(non-kinetic) 보급품을 한반도에 사전 배치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한반도 긴장이 높아졌을 시기를 이용해 비활동적 보급품을 사전 배치한다면 (공개적인) 언급 없이도 이뤄질 수 있고 대중의 눈에도 덜 띌 것"이라고 권고했다.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유도탄구축함 '존 핀'호가 지난 1월 동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 미 해군. 연합뉴스.


보고서는 대만 유사시를 상정해 한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또 다른 미국의 동맹인 일본, 필리핀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찰했다. 일본에 대해선 "일본이 공격받지 않은 상황에서 대만 유사시 미국이 일본에 접근하는 건 어려울(challenging) 것"이라면서도 "일본 수뇌부의 성향과 국내정치 상황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필리핀에 대해서도 "필리핀이 대만 사태와 자국 안보를 어느 정도로 연관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앞선 합의도 '회색 지대'


보고서는 더 나아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용성과 관련해 ▲한·미 상호방위조약(MDT·1953), ▲주한미군지위협정(SOFA·1966),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2006) 등을 분석했다. 다만 결론적으로 그 어느 합의도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운용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동맹의 영토로부터의 군사 작전'(Fighting Abroad from an Ally's Land) 보고서. 보고서는 대만 유사시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한·미 간 합의로 ▲한·미 상호방위조약(MDT·1953), ▲주한미군지위협정(SOFA·1966),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2006)를 꼽았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대해선 "(외부 위협을) 북한으로 명시하거나 (한·미 동맹의 범위를) 한반도로 국한한다는 내용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일 안전보장조약처럼 주한미군을 더 넓은 영역의 안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동맹 운용의 범위를 "태평양 지역"(3조)으로 설정하고 "외부 무력 침공 시 양국이 협의한다"(2조)며 규정하고 있지만, 조항의 해석에 따라 적용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협정 그 자체는 사전 통보(reporting) 의무를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국제 관례적으로 볼 때 미국이 한국에 주한미군의 운용과 관련해서 협의를 할 '정치적인 의무'는 진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최근의 합의인 양국 외교장관 간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대해선 "조항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한반도 역외 재배치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동시에 "한국 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대목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대만 관련 역할 요구 커질 수도


랜드연구소의 분석과 같이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선 여러 법적 해석과 정치적 논란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 또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상황별 대응 계획을 면밀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북한 역시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한국에서는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의 과제"(2022년 9월, CNN 인터뷰)라고 말했다. 북핵 대응을 이유로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직접 연루될 가능성에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러나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대만 해협에서의 불확실성이 지금보다 고조될 경우 한국 또한 보다 분명한 입장을 요구받을 여지가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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