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선 진통 두 달만에 새 내각 출범…좌파 진영은 반대 시위
프랑스가 조기 총선을 치른 지 두 달 만에 새 정부를 출범했다. 내각 명단에 우파 공화당 인수가 다수 포함되면서 신임 총리 지명 이후 촉발된 반발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제출한 내각 명단을 승인했다고 프랑스 대통령실 엘리제궁이 밝혔다. 명단을 보면 여당인 중도연합과 바르니에 총리가 속한 정통 우파 공화당이 주요 장관직을 나눠 가진 모양새다.
재무장관에 33세의 정치신인 앙투안 아르망이 임명된 게 대표적이다. 아르망 신임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이 나온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2017년 마크롱의 대선 캠페인을 지원했다.
내무장관엔 '이민 강경파'로 알려진 브뤼노 르타이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임명됐다. 외무장관에 중도파인 유럽 장관 장 노엘 바로가 임명됐고,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세바스티엥 레코르뉘 현 국방장관은 유임됐다. 38명으로 구성된 내각에서 좌파 성향 인사는 법무장관에 임명된 디디에 미고 전 사회당 의원이 유일하다.
마크롱의 '우향우'…불신임 투표 여부 관건
어느 정당도 의석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1당인 좌파연합의 추천 인사 대신 지난 5일 바르니에를 총리에 임명하며 공화당과 손을 잡았다. 소수가 된 여당과 공화당이 정부 존속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라는 평이다. 로이터는 "(기존보다) 더욱 우익적인 정부가 출범했다"며 "바르니에 총리가 분열된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각을 구성했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RN이 향후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의회가 정부 불신임 투표에 나서는 경우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데, 여당과 공화당의 의석수를 합쳐도 과반에 이르지 못한다. 1당인 NFP도 독자적으로 불신임을 추진하기는 부족한데, NFP가 RN 등 극우 정당과 연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르몽드는 "새 총리의 운명은 반대표를 던지지 않겠다고 약속한 극우 국민연합에 달려있다"고 했다.
"선거 결과 반영 안 해"…반대 시위 계속
이들은 바르니에의 총리 임명 이후 대규모 시위를 주도하며 불신임 투표를 예고했다. 내각 명단이 발표된 이날 파리·마르세유 등 프랑스 각지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내각 구성이 선거 결과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올리버 포레 사회당 대표는 "민주주의에 손가락질하는 반동적인 정부"라며 비판했다.
극우 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던 바르델라 RN 대표는 새 내각을 두고 "마크롱주의로 회귀"라며 "전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RN이 정부 불신임 추진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RN의 실질적인 지도자 마린 르펜은 바르니에 임명 이후 "적어도 우리가 요구했던 첫 번째 기준인 다양한 정치 세력을 존중하는지를 충족하는 사람"이라고 발언한 적 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어령 "내가 암 투병 중이오"…그때 의사가 날린 돌직구 | 중앙일보
- 부하 58명과 성관계, 113억 뇌물…중국 '아름다운 당간부' 결국 | 중앙일보
- 경찰에 월 4000만원 상납…"싸가지 있는 놈" 룸살롱 황제 정체 | 중앙일보
- 10년간 딸 성폭행한 패륜 아빠, 재판서 "근친상간 허용해야" 주장 | 중앙일보
- "아기집 5개, 매일 울었어요" 자연임신 '오둥이' 낳기로 결심한 이유 | 중앙일보
- "곽튜브 절도 의혹 모두 거짓, 죄송" 고개 숙인 폭로자 정체 | 중앙일보
- "연예인 아니에요? 자리 바꿔줘요"…노홍철 겪은 황당한 일 | 중앙일보
- 기내식 열었더니 '살아있는 쥐' 튀어나왔다…여객기 비상 착륙 | 중앙일보
- "기사마다 악플, 누군가 했더니"…박수홍 아내가 밝힌 악플러 정체 | 중앙일보
- “안 나오면 차 부순다”…차량 담뱃불로 지지고 스토킹한 女 최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