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억 채무? 모르는 사이?…中 후난성 금고지기 피살 미스터리
지난 19일 오전 중국 후난(湖南)성 정부의 살림을 총괄하는 류원제(劉文杰·58) 재정청장이 13층 관사에서 창밖으로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에선 드문 고위 간부의 피살 사건인 데다 용의자들도 함께 사망해 사건의 전말을 두고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이후 당국이 내놓은 공식 발표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오전 류 청장이 출근을 위해 후난성 창사(長沙)시 소재의 간부 사택 아파트 문을 열자 잠복하고 있던 용의자 장 모후이(31)와 장 모(35)가 그를 흉기로 위협해 집 안으로 침입했다. 이어 류 청장과 장은 오전 9시 12분 베란다에서 동시에 떨어져 사망했다. 베란다에는 몸싸움의 흔적이 남았다. 장 모후이는 9시 17분 커튼 두 개를 엮어 베란다 난간에 묶은 뒤 12층으로 내려가 도주하려다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현장에 용의자들이 남긴 배낭 두 개에서 나일론 로프, 고무장갑 등을 찾았다고 공개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 중임을 밝히면서 “류 청장 및 가족이 용의자들과 범행 전에 교류를 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21일 청사시 공안국은 용의자 중 1명이 마카오의 카지노를 오가며 약 1200만 위안(약 23억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 정부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류 청장의 피살 경위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홍콩 성도일보는 경찰 발표와 달리 류 청장과 용의자 사이에 6000만 위안(약 114억원) 상당의 채무 담보 분쟁이 있었다는 소문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네티즌은 “교류가 없었다면 어떻게 집을 찾았나”, “류 청장 납치와 도박 빚은 무슨 관계인가”, “왜 안전한 로프를 놔두고 커튼을 타고 내려갔나” 등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SNS 단속을 강화한 상태다. 창사시 공안국은 사건 발생 직후 60세 류 씨 성의 남성을 가짜 뉴스를 고의로 날조해 퍼뜨린 혐의로 체포해 10일간 구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996년 리페이야오(李佩瑶) 전인대 부위원장 피살 사건 이후 중국에선 국장급 이상의 고위 간부가 형사 범죄로 사망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리 부위원장은 자택에서 무장경찰(무경) 병사에게 살해당했는데, 사건 직후 상장(대장) 계급의 바중탄(巴忠倓) 무경사령원이 면직당하고 장수톈(張樹田) 무경 정치위원이 란저우(蘭州) 군구 부정치위원으로 강등당하는 등 파문이 커졌다.
류 청장 피살 사건은 용의자들이 함께 사망하면서 전말을 제대로 밝히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를 계기로 중앙·지방 정부 고위 간부에 대한 경호와 보안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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