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北관련 핵·미사일 기술이전 막아야"…북러 군사협력 경고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4개국 정상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지속된 군사도발을 ‘규탄(condemn)’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공통된 목표임을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앤서비 앨버니지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가진 쿼드 정상회의 직후 발표한 ‘윌밍턴 선언’으로 명명된 공동 선언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핵·탄도미사일 규탄"…목표는 '비핵화' 명시
4개국 정상들은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UNSCR)를 위반하는 북한의 불안정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지속적인 핵무기 추구를 규탄한다”며 “이는 국제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모든 의무를 준수하고 추가 도발을 자제하며 실질적인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정상들은 특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비확산 체제를 직접적으로 약화시키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쿼드 정상들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에 있음을 강조한 것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의 정강(flatform)에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라지면서 향후 미국의 대북 전략이 ‘비핵화 협상’이 아닌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군축협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분명히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3일 북한인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라늄 농축 기지를 돌아보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한 것도 미국의 대북 전략의 변화의 빈틈을 노려보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군사협력 강화하는 러시아에 "깊은 우려"
쿼드 정상들은 동시에 북한과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를 겨냥해 ‘깊은 우려(deep concern)’를 표명한 대목도 주목된다.
정상들은 “이 지역과 그 너머에서 북한과 관련된 핵 및 미사일 기술이 확산(이전)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이 다른 나라로 확산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무기 공급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가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해석된다.
정상들은 더 나아가 “북한이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확산 네트워크 및 악의적 사이버 활동, 해외 노동자 활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무기 및 관련 물자의 북한 이전이나 북한으로부터의 조달 금지 등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뜻을 모았다.
또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을 감시하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가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연장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속해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러시아의 귀빈용 여객기가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북한 동부 해안에 착륙했고, 20일엔 러시아 공군 소유 일류신 Il-62M(RA-86559) 귀빈용 여객기가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평양에 착륙했다. 최근 잦아지고 있는 러시아 정부 및 군용기의 북한 방문에 대해 ‘민감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 언급 없었지만…"현상변경 반대"
이날 선언문에는 국가명인 ‘중국’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무력이나 강압에 의한 현상변경을 추구하는, 불안정하거나 일방적인 행동들을 강하게 반대한다”며 “최근의 해상에서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 해안경비대와 일본 해안경비대, 호주 국경군, 인도 해안경비대가 상호운용성을 개선하고 해양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내년에 최초로 해상 선박 관측 임무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향후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추가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04년 출범한 장관급 안보협의체였다가,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급 회의체로 격상했다.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며 내년 1월 20일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이 마지막 정상회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오는 27일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한 기시다 총리 역시 이번이 마지막 회의다. 공동 선언문엔 일본의 핵심 대북 이슈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 “즉각적 해결의 필요성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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