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1st] 콘테가 스리백을 버렸다!

김정용 기자 2024. 9. 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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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콘테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스리백 귀신' 안토니오 콘테 나폴리 감독이 토트넘홋스퍼에서도, 앞선 인테르밀란에서도 고수했던 스리백 기반 포메이션에서 벗어났다.


2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의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2024-2025 이탈리아 세리에A 5라운드 경기를 치른 유벤투스와 나폴리가 0-0 무승부를 거뒀다.


어느 쪽이든 승리하면 선두로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무승부를 거두면서 유벤투스가 승점 10점으로 3위, 나폴리가 승점 9점으로 4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세리에A는 절대강자가 없는 가운데 만년 하위권 토리노가 현재 1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초반이 흥미진진하다. 역시 수년간 하위권을 전전하던 우디네세가 아직 치르지 않은 5라운드에서 승점을 따내면 1위가 될 수도 있다.


유벤투스는 좋은 전술로 정평이 난 팀이다. 티아고 모타 감독이 복잡한 빌드업 패턴으로 상대를 붕괴시키는 축구를 가져오면서 경기력은 궤도에 올랐다. 비록 나폴리전을 앞두고 세리에A에서 2경기 연속 0-0 무승부에 그치는 등 스트라이커의 결정력 문제가 있지만 홈에서 나폴리를 상대로 우위에 설 건 분명했다.


관건은 안토니오 콘테 나폴리 감독의 대응이었는데, 여기서 콘테 감독이 뜻밖의 수를 꺼냈다. 오랫동안 '스리백 전문 감독'으로 굳어져 있던 콘테 감독이 4-2-3-1 포메이션으로 포백을 들고 나온 것이다.


성과가 확실했다. 유벤투스의 다양한 빌드업 패턴은 나폴리의 포백과 그 앞을 지키는 3중 수비벽에 막혀 결국 득점기회로 이어지지 못했다. 유벤투스가 점유율 64.6%로 공의 소유권은 주도했지만, 슛은 9회 대 8회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콘테 감독이 스리백에서 벗어난 건 실로 오랜만이다. 콘테는 스타 감독으로 발돋움하던 유벤투스 시절(2011~2014)과 첼시 시절(2016~2018) 포백으로 시작했다가 몇 경기 만에 선수단에 더 맞는 건 스리백이라며 전술을 바꿨고, 이내 팀을 안정화시키며 우승한 경험이 있다. 이후 인테르밀란(2019~2021)과 토트넘홋스퍼(2021~2023)에서는 처음부터 스리백만 고집했다.


토트넘에서 첫 시즌 중도 부임해 스리백이 잘 통하자, 다음 시즌 여기에 맞춘 선수들을 영입하다가 오히려 화를 입었다. 뛰어난 왼쪽 윙백이라고 생각하고 영입한 이반 페리시치가 윙어 손흥민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공격진의 멀티 플레이어 히샤를리송이 부진한 첫 시즌을 보내면서 콘테 감독의 축구도 동력을 잃었다.


한때 유연한 감독이었던 콘테는 이번 시즌 나폴리에서 스리백으로 초반을 보냈고, 성과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포백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콘테가 두 번째로 겪는 큰 전술적 변화다.


4-2-3-1로 변신한 나폴리에서 유독 활약한 선수는 스콧 맥토미니였다. 중앙 미드필더 맥토미니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려서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 맥토미니는 전반 29분 가로채기 후 직접 공을 몰고 가 날카로운 중거리 슛을 날렸고, 상대 골키퍼 미켈레 디그레고리오가 간신히 막아냈다.


콘테 감독은 유벤투스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단 사정에 맞춰 전술을 바꾼 거라고 설명했다. 원래 3-4-2-1 포메이션을 구상했는데, 이적시장을 보내고 나니 생각보다 중앙 미드필더가 많았기 때문이다.


콘테 감독은 "이적시장 마지막날 맥토미니와 빌리 길모어를 영입했고 마이클 폴로룬쇼가 선수단에 남았다. 미드필드는 우리 팀의 강점이 됐다"며 중앙 미드필더를 더 많이 투입할 방법을 고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경기로 섣불리 성공을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폴리 선수단의 일부 포지션이 포화 상태인 건 사실이다. 1군에 28명이 있는데 그 중 중앙 수비수가 4명, 스리백의 스토퍼로 세울 수 있는 측면 수비수가 한두 명 있어서 스리백 운용에 문제는 없다. 다만 중앙 미드필더가 길모어, 맥토미니,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 안드레프랑크 잠보앙기사, 폴로룬쇼 5명이나 되기 때문에 이들 중 2명만 선발로 쓰는 건 낭비에 가깝다.


나폴리는 지난 시즌 부진 때문에 유럽대항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정규리그와 자국 컵대회만 치르면 되는 여유 있는 상황이라 콘테 감독은 체력 부담 없이 베스트 멤버를 고정시켜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일찍 멤버를 정해놓기보다 아직도 실험을 진행하면서 더 나은 조합을 찾는 중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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