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타고 날아다닌 그녀, 이 시대의 팝스타

이현파 2024. 9. 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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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

[이현파 기자]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첫 내한 공연
ⓒ 본부 엔터테인먼트
의심의 여지 없이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Z세대를 상징하는 슈퍼스타다. 1, 2집의 첫 싱글을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렸다. 스물한 살에 세 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보유했다. 빌보드 우먼 인 뮤직이 선정한 2022년 올해의 여성으로도 선정됐다. 하지만 성적만으로 한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수 없다. 캐릭터, 좋은 음악, 그리고 대표성을 모두 장악해야 가능한 일이다. 환승 이별에 세상이 무너진 듯 분노하는 그녀의 노래는 철저히 '틴에이지'의 그것이었다.

지난 9월 20일,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GUTS' 월드 투어를 열고 서울 잠실실내 체육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저녁 8시를 조금 넘겨 등장한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첫 곡부터 헤드뱅잉을 선보였다. 팝펑크 스타일의 첫곡 'bad idea right'을 부르며 자신이 록밴드의 보컬임을 분명히 했다. 공연 초반부터 지정석 관객들에게도 일어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빌보드 정상에 오른 'vampire', 2021년 최고의 히트곡 'drivers license' 등이 이어졌다. 풋사랑의 열병을 노래한 'drivers license'는 웅장한 아레나 록으로 탈바꿈했다. 이날 로드리고는 화려한 팝스타이자, 에이브릴 라빈을 계승하는 록스타이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이 그랬듯, 팝스타의 공연은 사람들의 꿈을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팝스타의 공연은 보통 래퍼나 록밴드의 공연보다 더욱 다채로운 시각 연출을 동반한다. 로드리고의 공연 역시 그랬다. 리프트를 활용해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고, 여러 차례 옷을 갈아입었다. 다양한 앵글의 카메라로 역동성을 더했다. 무대의 투명 유리 밑에도 카메라를 배치했다. 디즈니 배우 출신인 로드리고의 풍부한 표정은 어느 든 빛을 발했다.

보컬리스트로서의 가치 재발견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첫 내한 공연
ⓒ 본부 엔터테인먼트
로드리고는 쉬지 않고 무대를 활보했다. 무릎을 꿇고, 드러눕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때로는 돌출 무대 앞에 기타리스트와 함께 앉아 포크송을 부르며 소박한 순간을 만들었다. 'pretty isn't pretty', 'deja vu'를 부를 때는 댄서들과 한 몸처럼 움직였다. 'logical'과 'enough for you'를 부를 때는 초승달 모양의 무대에 앉아 관중석 위를 날아다녔다.

직접 들은 라이브 역시 훌륭했다. 로드리고의 목소리는 밴드 사운드에 밀리지 않았다. 록부터 포크까지, 어떤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든 힘 있는 목소리와 풍부한 감정 표현이 빛났다. 두 시간 가까이 음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보컬리스트로서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영상을 틀어놓고 부른 'teenage dream'에서도 호소력은 두드러졌다. 이 곡은 자신이 언제까지 하이틴 팝스타일 수 없음을 깨달은 이의 고백이다. 이 곡에서 로드리고는 "당신들의 10대 시절 꿈으로 남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노래했다. 물론 스물한 살 로드리고는 자신의 10대 시절을 애써 부정하지 않는다. 공연의 여러 순간에는 디즈니 배우의 재능, '하이 스쿨 뮤지컬' 시절의 발랄함이 남아 있었다. 여전히 이별에 분노하는 10대의 감성은 그녀의 주무기다.

무대 바깥에서도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첫 내한 공연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그러나 < GUTS > 이후의 로드리고는 10대 시절에 머물지 않는다. 록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사운드는 다채로워졌다. 노래 속 이야기 역시 단순한 연애사를 넘어 더욱 깊어졌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지난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분노와 불만을 표현하는 것이 음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그녀의 이야기는 무대 바깥에서도 이어진다. 2022년 영국 글래스톤베리에서 낙태권 폐지에 동조한 대법관들을 규탄했던 로드리고는 이번 내한공연의 수익금 일부 역시 한국여성재단에 기부했다).

록으로 시작한 공연은 록으로 마무리되었다. 하드록 연주에 이어진 'brutal', 분노의 대표곡 'good 4 u'는 클라이맥스를 장식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한 20대 여성들은 로드리고의 경험으로 채워진 노래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불렀다. 'all american bitch'를 부르던 도중 로드리고는 관객들에게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를 것을 주문했다. 로드리고는 두 시간 동안 관객을 대신해 울어주고, 또 함께 분노하고 있었다. 이런 보편성 역시 팝 음악에서 요구되는 가치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데뷔를 지켜보았다. 서투르지만 진심 어린 10대의 고백이 전 세계의 음악 팬을 매료했다. 이번 공연은 로드리고가 그 기념비적인 데뷔 이후 얼마나 큰 성장을 이뤘는지를 증명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팝 펑크, 록, 하이틴, 디즈니... 그 어떤 단어에도 갇히지 않은 채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대의 팝스타이자 록스타를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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