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간 반토막...’더워진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 숲 사라진다

최충일 2024. 9.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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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를 닮은 한라산 구상나무 잎사귀. 최충일 기자

한라산 구상나무 숲이 100년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나무는 국내 고유종으로 한라산과 덕유산·지리산 등 주로 1000m 이상 고지대에서 자라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제주 구상나무 100년 동안 48%감소

해발 1600m에서 자라고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 최충일 기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100여년간 분포 변화를 조사한 결과 1918년 1168.4㏊에서 2021년 606㏊로 48.1%(562.4㏊) 감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감소 면적은 축구장(0.7㏊) 804개를 합친 것과 맞먹으며, 여의도(450㏊) 면적보다 1.25배 넓다.

본부 산하 한라산연구부는 19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고지도와 항공사진을 분석해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변화를 추적했다. 특히 1910년대 제작돼 국내 산림 상태의 정량적 파악에 이용되는 ‘조선임야분포도(朝鮮林野分布圖)’를 주로 참조했다. 성판악 등산로 중심의 동사면이 502.2㏊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영실 일대(서사면)와 큰두레왓 일대(북사면)도 각각 58.0㏊, 40.7㏊ 감소했다. 숲의 연평균 감소율은 1900년대 0.24~0.50%였으나 2006년 이후 1.37~1.99%로 가속화하는 수치가 나타났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해발 1700m 고지 영실 근처에 몰려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지 중 12.5%(73㏊)가 여기 있다. 구상나무는 한라산 해발 1400m 지점부터 보이기 시작해 1700m에서 절정을 이룬다. 정상을 보고 등산로 왼편에는 구상나무 군락이, 오른쪽은 멀리 거대한 병풍바위와 영실기암이 등반객을 맞는다.


제주 평균기온 80년 만에 3도 올라


1918년 조선임야분포도를 이용한 구상나무 숲 추정도. 사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이런 숲 면적 감소에는 제주 지역 기온상승과 태풍·가뭄 등 기상현상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지역 평균 기온은 80년 만에 3도 정도 올랐다. 1940년대 제주 평균기온은 14도 안팎이었다. 1990년대 평균기온은 50년 전보다 2도 이상 오른 16.4도였고, 2020년대 들어서는 매년 17도를 넘고 있다. 이 밖에 목재로 이용하거나, 구상나무 군락지를 방목지로 활용하는 등 인위적인 요인과 식생 변화 등에 따른 자연적인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성게 닮은 제주 ‘쿠살낭’ 성탄 트리로 유명
구상나무는 1920년대 ‘아비에스코레아나(Abies koreana)’라고 명명돼 외국에 소개됐다. 이후 ‘크리스마스트리’ 용도로 주목받으며 90종 이상 개량종이 개발돼 국제적 사랑을 받는 나무다. 구상나무라는 이름은 제주도민이 ‘쿠살낭’이라 부르는 데서 비롯됐다. ‘쿠살’은 성게를 가리키는 제주어다. 잎이 성게 가시처럼 생겨서 이렇게 부른다. 구상나무를 신종 식물로 발표한 미국 식물분류학자 윌슨은 이 나무를 ‘쿠살낭’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구상나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묘목 심기도...숲 미래 대비하는 연구 추진


해발 1650m에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가 말라 죽어있다. 최충일 기자
세계유산본부는 2017년부터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구상나무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다. 숲 면적 감소를 막기 위해 구상나무 묘목을 심는 사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감소와 지역적 변화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보전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강석찬 세계유산본부장은 “2017년부터 구상나무를 종합적으로 연구 중”이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자료를 구축하고 활용해 구상나무 숲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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